심상정
당 혁신론 내세워 차세대 주자 자리매김
“심상정이 졌지만, 이겼다.”
심상정 후보 선거대책본부의 손낙구 대변인은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결선투표가 마무리된 15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 경선의 최대 승리자는 심상정”이라는 말도 했다.
손 대변인의 말처럼, 승리는 권영길 후보에게 돌아갔지만 심 후보도 그에 못지 않은 승리자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번 경선을 통해 차세대 주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경선 출사표를 던질 때만 해도, 그가 1차에서 ‘노회찬’을 꺾고 결선에서 ‘권영길’을 5.4%포인트 차까지 따라잡을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 후보가 이런 파란을 일으킨 건 당의 ‘금기’를 깨고 ‘당 혁신론’을 전면에 내걸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주파(NL)와 평등파(PD)가 손잡고 만든 민주노동당은 그간 두 정파의 의견충돌이 잦았고, 당직 선거 등에선 두 진영이 비생산적인 세력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힘의 균형’이 깨지면 당도 깨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누구도 이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하지 못했다.
당 혁신론을 정면으로 내건 심 후보가 결선에서 절반에 가까운 표를 얻은 건 그만큼 일반 당원들 사이에 “이대론 안된다”는 공감이 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3년여의 의정 활동을 통해 경제전문가들로부터도 인정받는다는 심 후보의 정책 능력은 큰 힘이 됐다. 금속노조 출신으로서, 민주노총 중앙간부 출신을 일컫는 ‘중앙파’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심 후보에겐 든든한 버팀목이다.
심 후보는 이를 바탕으로 연말 대선에서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권 후보는 심상정·노회찬 두 사람에게 공동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할 뜻을 밝혔고, 심 후보는 15일 “민주노동당 대선 승리를 위해 (권 후보를) 멋지게 어시스트하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일했던 이들도 권 후보를 도와야 당이 도약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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