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앞줄 왼쪽)와 이명박 대통령후보(가운데)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선 D-100일 종합상황판 현판식에서 승리를 기원하며 손을 모으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물청소 끝나 주울건 없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10일 아침 6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골목청소를 했다. 대선 100일을 남겨놓고 “낡은 것을 쓸고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뜻”이라고 이 후보는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이태원은 이 후보가 고학으로 대학을 다니던 시절, 실제로 환경미화원으로 일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파란색 점퍼에 환경미화원용 야광 안전조끼를 걸친 이 후보는 “옛날에 다 해보던 건데”라며 10여명의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리어카를 끌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감개무량하다”고 입을 뗀 뒤, “요즘엔 반사복장(안전조끼)이 있어서 사고가 덜 나는데, 옛날엔 사고가 많이 났다. 다치면 아이들 공부도 못시키고 어려웠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어 “서울시장 때 월급은 근면한 환경미화원 자녀들 복지를 위해 썼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서울시장 재직 시절 월급 전액을 환경미화원 자녀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당직자와 당원 등 200여명이 빗자루와 집게, 쓰레기 봉투를 들고 골목을 휩쓸었지만, 세 시간 전 이미 물청소까지 끝난 길바닥에선 별로 주울 것이 없었다. 간간이, 꽉찬 쓰레기 봉투들만 전봇대 옆에 가지런히 세워져 있었다. 전날 용산구청이 이 동네 주민들에게 ‘적당히 쓰레기 봉투를 내놓으라’고 당부했다고 누군가 귀띔했다. 캔이 가득 든 봉투를 발견한 이 후보는 손으로 만지며 “이거 재활용 쓰레기네”라고 말했다. 한 환경미화원이 “미련하게 너무 많이들 내놨다. 조금씩 내놓지”라고 혼잣말을 했다.
40분 가량 청소를 한 뒤 이 후보는 환경미화원들과 인삼차를 마시며 옛날 얘기를 다시 꺼냈다. 그는 “당시엔 이렇게 해서라도 먹고 살 길이 있었다. 청소원 월급으론 (내 등록금이) 안돼서 시장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보태줬다. 그래서 지금도 시장 사람들이 장사가 안된다고 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 이 후보는 환경미화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화이팅”이라고 외쳤다. “여기서 화이팅이 무슨 말인지 알지?”라는 이 후보에게 환경미화원들은 “환경미화원에서 대통령으로!”라고 답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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