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웃어보나 /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안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예술인특별위원회 전국대회 도중 사회자 이상용씨의 농담에 목을 뒤로 젖힌 채 웃고 있다. 왼쪽은 임태희 비서실장, 오른쪽은 나경원 대변인.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고소 무대응, 사찰·비리의혹 국정조사 등 추진
청, 오늘 고소장…손학규 “대통령이 할일없이”
청, 오늘 고소장…손학규 “대통령이 할일없이”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이명박 후보 등에 대한 고소 방침에 대해 강·온 양면의 복합대응으로 가닥을 잡았다. 맞고소 등 초강경 대응으로만 일관할 경우 자칫 청와대의 구도에 말려 이 후보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조심성’이 발동한 것이다.
6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입부에서 참석자들은 온통 청와대에 대한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강재섭 대표는 청와대의 고소 방침에 대해 “코미디같은 일”, “열등생이 관심 끌려고 사고치는 것” “헐리우드 액션 비슷한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사시 동기라는 점을 내세우며 “친구로부터 고소당하니 착잡하다. 청와대 대표자는 대통령이니, 고소하려면 비서실장이 아니라 대통령 이름으로 직접 하라”고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는 청와대에 대한 특검·국정조사도 언급했다.
그러나 비공개 회의 뒤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맞고소나 장외투쟁 등 청와대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사안별로 공격과 방어를 분산 배치하는 ‘복합 대응 전략’으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박형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노리는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그 정략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또한 청와대가 감추려는 비리·의혹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다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내놓은 대응책은 크게 세 가지로 갈린다. 이 후보 등의 ‘공작정치’ 발언이 명예훼손이라며 청와대가 고소하겠다는 것엔 ‘무대응’으로 나가고, 국정원과 국세청 등의 이 후보 사찰 의혹은 국정조사로 규명하는 한편, 한나라당이 권력형 비리로 규정지은 ‘정윤재·신정아 게이트’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특검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권력형 비리 문제는 특검 카드를 통해 강하게 밀어붙이되, 이 후보 사찰 의혹은 법적 공방보다는 국회 차원의 정치공세로 국한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유리한 지형에서만 싸우고 위험한 곳은 피해가라는 병법에 충실한 셈이기도 하다.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이런 대응 전략의 가닥을 잡은 이는 이재오 최고위원이었다고 한다. 평소 이 후보에 대한 청와대의 공격에 대해 누구보다도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이 최고위원이 먼저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처음에 청와대 특검을 주장했던 안상수 원내대표도 곧 무대응 전략이 낫다는 데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경선후보도 청와대의 고소 방침을 비난하고 나섰다. 손 후보는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웃기는 정치다. 대통령이 할 일을 해야지, 야당 후보가 선거 때 비난하는 게 당연하지, 날밤새워 대통령, 장관 할 것 없이 고소나 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명박 후보 등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장을 7일 검찰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고소장 작성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 때문에 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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