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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일자리 늘리기 성장공약, 치밀함 떨어져”

등록 2007-09-03 15:06수정 2007-09-04 14:13

노회찬 민주노동당 경선후보(맨왼쪽)가 지난 달 31일 서울 여의도 노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대선보도자문단 김기원 방송대 교수(가운데)와 구갑우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노회찬 민주노동당 경선후보(맨왼쪽)가 지난 달 31일 서울 여의도 노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대선보도자문단 김기원 방송대 교수(가운데)와 구갑우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2007대선 유권자와 함께하는 경선후보 검증
민주노동당 ① 노회찬
사회정책 살펴보니

“비정규직 해결의지 확고한데, 문제 단순화시켜”

노회찬 경선후보의 대선 주자로서의 능력은 두 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 후보가 민주노동당이 추구하는 원칙과 가치의 외연 안에서 얼마나 현실인식과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는가와, 그의 사회정책이 과연 치밀한 고민 속에서 만들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인터뷰를 통해 노 후보가 서민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책임과 의무를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음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영세자영업자까지 포괄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확보,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학 서열의 파괴 등 문제의식의 범위와 깊이가 돋보였다. 특히 노 후보는 “대기업노조 이기주의가 실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비정규직 문제를 대기업 노조에 전가할 수 없다”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책임을 대기업 노조에 전가하는 걸 강하게 반대했다.

여성정책과 사회보장정책에선, “참여정부가 김대중 정부 때보다 진전된 것이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출산률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 후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육을 포함한 총체적인 출산률 제고 지원책과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원칙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60%로 설정한 것은 다른 민노당 후보의 50%보다도 높은 목표치이다.

그러나 노 후보의 비전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에 의해 제대로 뒷받침 되어질 것 같지는 않다. 약 400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공공부문의 경우 정부의 ‘의지’로, 민간부문은 100대 기업에 대한 부담금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건 매우 복잡한 비정규직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주희 자문위원
이주희 자문위원
특히 ‘일자리 공개념’에 입각해 기업에 평등경제위원회에서 할당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보존할 의무를 지운다는 공약은, 그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실업부조와 같은 다른 사회보장분야 공약의 역할까지 침해하고 있다.

보수 담론이 지배적인 현실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현실 가능성이 있는 사회정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어렵고도 위험한 균형은 민주노동당과 노 후보가 얼마나 진지하게 현실 정치의 가능성 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이주희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이화여대 교수·사회학)

노회찬 사회정책 살펴보니:
“민간부문 직종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 위해 제도적 지원이 필요”
[%%TAGSTORY3%%]


경제정책 살펴보니

“일자리 늘리기 성장공약, 치밀함 떨어져

“재벌문제 법대로” 당 강령보다 다소 온건
영세업자 카드수수료 인하운동 ‘앞장’ 실적

노회찬 민노당 경선 후보
노회찬 민노당 경선 후보
노회찬 경선후보라 하면 순발력과 촌철살인이 떠오른다. 그렇더라도 말만 잘하는 게 아니라 경제문제에 대한 그의 실적도 꽤 있다. 영세업자 카드수수료 인하운동을 이끌어 그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가 도입을 주장하는 부유세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재산에 적용한 계산치를 공표한 게, 이 후보가 종부세 인하공약을 일단 거둬들이는 데 영향을 끼쳤는지도 모른다. 삼성 관련 도청테이프 문제를 둘러싸고는 기소까지 당할 정도로 치열하게 싸운 바 있다.

하지만 대선에 즈음한 노 후보만의 색다른 경제 비전이나 공약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번 <한겨레> 인터뷰에선 ‘부유세, 투기이득의 몰수, 일자리 강국’을 들고 나왔다. 일부는 당론 그대로고, 에너지 공급구조가 우리와 다른 독일을 근거로 “에너지·환경 관련 일자리를 100만개 가까이 늘리겠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사실 민주노동당이 ‘분배 만능주의’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는다. 노 후보 역시 일자리 늘리기 같은 성장담론에 가까운 주제에선 치밀하기 힘들다. 노 후보의 더 깊은 고민은 개방 문제에서도 요구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야 당연히 반대하겠지만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묻자, 처음엔 “이런 식의 쌍무적 협상에 대해선 반대한다”고 했다가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뭐가 문제냐고 따지자 노 후보는 “내용을 봐야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당론과 노 후보 사이의 긴장관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당 강령에는 “사회주의적 원칙을 계승 발전시킨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렇다고 노 후보가 대중 앞에서 적극적으로 사회주의를 부르짖지는 않는다. 옛 소련이나 동유럽 체제가 붕괴했고 저열한 색깔공세가 난무하는 우리 현실을 고려해서이리라. 하지만 노 후보에겐 물러서지 않는 마지노선이 있다. “자본주의를 극복한다”는 목표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주의는 어떻게 작동 가능하냐고 짓궂게 파고들자 ‘블랙박스’라고 솔직히 시인했다. 노 후보, 아니 민주노동당이 동요하고 있는 게 아닐까.

구체적 경제정책에서도 이런 동요는 드러난다. ‘일자리의 국가 완전보장’이라는 노 후보 공약이 시장을 거부하고 노동력을 국가가 배분하는 사회주의를 의미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건 아니고 “국가가 국민의 일자리 보장에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했을 뿐”이라 했다. 또 당 강령에는 ‘재벌총수 지분의 강제 환수’라는 항목이 들어 있다. 그러나 노 후보는 “재벌문제는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고 했고 금산 분리와 기업집단법 제정과 같은 시민단체 주장에 동조하는 온건한(?) 수준에 머물렀다.

노 후보, 아니 민주노동당의 동요는 잘못된 게 아니라 발전의 원동력이다. 당이 도식적 사고에서 벗어나 대중의 삶에 밀착한 정당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당의 대중화에 큰 몫을 한 노 후보의 대중 소통력이 여기서도 힘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김기원 한겨레 대선보도자문단장 (방송대 교수·경제학)

노회찬 경제정책 살펴보니(1):
“재벌총수지분 강제 환수는 장기적으로 검토할만한 정책”
[%%TAGSTORY1%%]


노회찬 경제정책 살펴보니(2):
“노무현 정부 경제정책 잘 한 거 기억나는 게 없다”
[%%TAGSTORY2%%]


통일외교정책 살펴보니

‘미국외교뿐, 한국외교 없었다’ 단호
‘인간안보’에 기초한 평화 설계 ‘허술’

노회찬 경선후보의 주요 공약
노회찬 경선후보의 주요 공약
진보정당 경선후보의 외교정책이 보수정당 후보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 노회찬 후보에게 대북정책을 포함한 한국 외교정책의 구상에 대해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한국의 외교가 있었느냐”는 반문이었다. 미국 중심의 외교였을 뿐 한국외교는 없었다는 것이다.

노 후보는 “북유럽 국가들의 평화외교와 윤리외교에서 배울 게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국가안보에서 ‘인간안보’로 외교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노 후보의 주장도 외교정책의 기조와 관련해 눈여겨볼 대목이다. ‘인간안보’는 안보의 궁극적인 대상을 국가가 아닌 인간으로 보고, 군사감축이나 군비축소 외에도 인권, 환경보호, 사회안정, 민주주의 등이 보장되어야만 진정한 세계평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노 후보의 통일외교안보 공약의 두 축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미동맹의 점진적 해체’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한미동맹 해체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를 연계하는 보수 진영의 통일외교안보 공약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이 두 공약을 구체화한 정책대안으로 그가 제시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지대화’다. ‘한반도 비핵지대화’는 북한 핵폐기를 통해 핵이 없는 한반도를 만들자는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서는 정책 대안으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고 있는 ‘핵우산’도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달성하기 위해 노 후보는 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째, 북한의 핵폐기와 북미관계 정상화다. 둘째, 전면적 남북경제협력과 남한의 선도군축 및 남북의 상호군축이다. 셋째,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과 동북아평화공동체의 구축이다.

이 구상의 실현을 위해 노 후보가 제시하고 있는 두 길이 ‘군축’과 ‘경제 협력’이다. 노 후보는 한국이 먼저 적정 규모의 선도군축을 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평화군축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의 변화를 통해 이웃의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는 발상이다.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해서도 노 후보는 경제협력의 당위성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를 발생시키지 않는 경제협력, 생태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한 경제협력을 말하고 있다. 노 후보의 군축과 경제협력 구상은, 평화과정이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만드는 작업인 동시에 남북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길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설계는 아직 정교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인간안보에 기초한 평화과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 모두가 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절대안보의 추구가 평화를 위협한다는 인식을 남북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적 실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노 후보가 남한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에 비판을 하고 있지만, 북한의 정치경제 체제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도 한계처럼 보인다.

구갑우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북한학)

노회찬 통일외교정책 살펴보니:
“노무현 정부의 외교정책은 오히려 6-15때보다 후퇴”
“북핵 영구히 없애는 방안 마련 필요”
[%%TAGSTORY4%%]

■인터뷰 후기

“본선에만 보내주십시오, 첼로연주 하겠습니다.”

“이거 완전히 취조실 분위기네.”

서울 여의도의 노회찬 경선후보 캠프사무실에 들어선 구갑우 교수가 던진 농담처럼, 한시간 남짓 계속된 인터뷰는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첫번째 질문자인 김기원 교수가 민주노동당 강령에 꼭 ‘사회주의 지향’이라는 말을 써야 하느냐, 삼성을 비판하는 방식이 시민단체 얘기와 다른 게 뭐냐, 일자리 200만개 창출이 과연 가능한 거냐 등 칼날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평소 거침없는 입담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으로 이름난 노 후보였지만, 전문가들에 둘러싸인 ‘후보 검증’ 자리라는 점을 감안해 이날은 매우 진지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들이 정책공약의 빈 곳을 제대로 비판했다고 생각하면,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 고려해보겠습니다” “지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선선히 인정했다. ‘착한 학생’처럼 틈틈이 질문자들의 지적사항을 노트에 따로 받아적기도 했다.

북한과 관련한 질문에선, 당내 최대 계파인 ‘자주(NL)파’를 의식한 듯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내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북한의 정치경제 체제에 대한 평가를 묻자, “남한식 자본주의를 반대하지만, 북한의 경제체제는 유지 자체가 불가능하다”라고 부정적인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선 “북한의 남한 정치 개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조심스러운 자세로 일관했지만, 순간순간 발동하는 재기를 감출 순 없었다. 기자가 “어린 시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부모님의 배려로 첼로를 배웠다고 들었다. 지금도 연주를 직접 할 수 있느냐”고 묻자, “물론입니다, 본선에만 보내주십시오”라고 응수했다. 부동산 부유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선, “화장실을 따라다니는 한이 있더라도 꼭 받아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말 잘하는 것이 오히려 경박한 인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엔, “민주노동당 강령을 읽어보면 대학원생 정도가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개념으로 가득차 있지만 전 중학교 3학년생에게도 내용 하나 안 빠뜨리고 설명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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