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의 경선 이후 주요 발언
박근혜 활동 재개…“소중한 뜻 받들어 ‘바른정치’ 할 것”
박쪽 의원들 “지켜보자” “당권 장악” 두갈래 흐름
경선 패배 이후 극도로 말을 아껴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일 대구·경북 지역 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앞으로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전당대회장에서 쓴 ‘백의종군’이라는 단어보다는 한 단계 수위가 높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 “비록 후보가 되지는 못했지만 여러분의 소중한 뜻을 받들어 앞으로 제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른 정치’를 할 것이고 당과 나라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경북은 제가 태어나고, 정치를 시작한 곳으로, 여러분 덕분에 대선 경선까지 나설 수 있었다. 환한 웃음과 영광을 안겨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스럽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감사의 말도 전했다. ‘바른 정치’를 강조했고 당을 위해 할 일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명박 후보를 도와주겠다는 명시적 표현은 쓰지 않았다.
박 전 대표 쪽은 이날 박 전 대표의 말에 대해 “백의종군 이상 다른 의미가 없다”(김무성 의원), “이 후보 당선을 돕겠다는 것”(허태열 의원)이라며, 확대해석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캠프의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이었던 유승민 의원은 “대선을 위해 협조하겠다는 것으로만 보면 좁은 해석”이라며, “‘할 일’이라는 말 속에는 정권 교체를 위해 당이 잘못된 길로 간다면 경고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뜻이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박 전 대표와 이 후보가 생각하는 ‘바른 정치’가 다를 수 있다는 데 있다. 박 전 대표와 이 후보는 모두 ‘개혁’을 말하지만, 내용은 다르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면서까지 당권과 대권의 분리를 실천하고, 상향식 공천제도 도입 등 절차적 ‘민주화’에 큰 가치를 둔다. 이에 반해 똑같이 ‘개혁’을 부르짖으면서도 이 후보는 “당이 첩첩”이라고 말하는 등 성과를 최대한 키울 수 있는 조직의 ‘효율성’ 강화를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현재 박 후보 쪽 의원들 중엔 잠잠히 사태 추이를 지켜보자는 쪽과, 적극적으로 당권 장악을 위해 뛰겠다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오는 19일로 예정된 전국 시·도당 위원장 선거는 ‘활동파’들이 물리적인 공간을 넓혀갈 수 있는 기회다. 한때 원내대표 선출 쪽을 고려했다가 경기도당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는 이규택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2일 출마를 선언하며 “논공행상에만 골몰하는 당 안팎에서의 미묘한 기류에 당원들은 불안감으로 잠 못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경선에서 확보한 영향력을 활용해, 이 후보 쪽에 적극적으로 당권 지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밖에 울산·충남 등 몇몇 지역에서도 박 후보 쪽 의원들의 출마가 거론돼 ‘이-박 대리전’ 양상도 점쳐지고 있다.
박 전 대표 쪽 의원들 사이에선 향후 행보에 대해 “당분간 지켜본다”는 말만 나온다. 이 후보 쪽도 박 전 대표 쪽을 끌어안는 데 대해 “지켜보겠다”고만 말한다. 양쪽은 경선 이후, 또다른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이유주현 성연철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