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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이재오 “나에겐 전선만 있다”

등록 2007-08-23 20:12수정 2007-08-23 22:15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23일 오전 여론조사 경선 반영을 비난하는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의 시위를 지나쳐, 서울 여의도의 이명박 후보 경선캠프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23일 오전 여론조사 경선 반영을 비난하는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의 시위를 지나쳐, 서울 여의도의 이명박 후보 경선캠프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2선후퇴론 정면돌파 “내 전부 바쳐 이후보 지켜야”
이명박도 “도움 안된다는 사람들이 외려 의문”
‘이재오의 선택’이 경선 이후 한나라당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명박 후보 승리의 일등 공신이지만 거침 없는 언행으로 캠프 안팎에 많은 적을 두고 있는 탓이다. 그를 비판하는 인사들은 이재오 최고위원의 2선 후퇴 여부가 당 화합의 시금석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이 최고위원은 23일, 당 일각에서 제기된 ‘2선 후퇴론’에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그는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1선, 2선이라는 게 없다. 전선에만 있었을 뿐이다. 제 전선이 마감되는 날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는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캠프에서 생산해 당으로 넘긴 이 후보를 당 최고위원인 내가 포장하고 완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여권 공세로부터도 내 전부를 바쳐 후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로 물러설 뜻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한 것이다.

이명박 후보도 이 최고위원 편을 들었다. 그는 이날 여의도 캠프 해단식에서 “경선과정에서 이 최고위원에 대해 ‘안 된다’, ‘너무 강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내 지지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자신과 이 최고위원)는 정권교체를 위해 합친 사이지,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합친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선 승리 뒤 당내 입지가 아직 굳지 않은 이 후보로선 당내 서열 2위 최고위원인 이재오의 존재가 클 수밖에 없다. 또 앞으로 닥쳐올 범여권의 강도높은 검증 공세를 막는 데도 이 최고위원 만한 ‘전사’가 없다는 생각을 했음직 하다.

실제로 이 최고위원은 누가 뭐라 해도 이명박 후보 승리의 일등 공신이다. 경선 기간에 딱히 직책은 없었지만 사실상 총괄본부장 노릇을 하며 캠프를 진두지휘했다.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캠프 인사들은 “누군가 악역을 맡아야 한다. 이재오가 캠프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놓고 그렇게 설치니까 그나마 현장 득표가 그 정도라도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최고위원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기 어렵다. 그에 대한 당내 반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거부감이 매우 강하다. 앞으로 꾸려질 당 공식 선거대책위에 그가 깊숙이 개입하면 화합은 물건너 간다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를 도운 한 영남지역 의원은 “이 최고위원이 2선으로 물러나지 않으면 대선에서 박 전 대표와 화합하지 않고 이명박 혼자 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에 “박 후보 쪽은 자신들이 과도하게 한 것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한다. 속으론 다른 생각을 하면서 겉으로 화합이란 이름으로 손잡는 것이 바로 구태다”라고 반박했다.

이명박 후보 진영 안에서도 이 최고위원이 적당한 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측근은 “혼자서 너무 결정을 독점하는 면이 있고 지나치게 강경해 때론 후보에게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경선 선대위 구성도 그가 주도해, 핵심 실무자들조차 “인선은 이재오에게 달렸다”고 불평할 정도였다. 정두언·박형준·주호영 등 측근 초선의원들이 2선으로 물러나겠다고 한 것도 사실상 이 최고위원의 후퇴를 압박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성연철 황준범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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