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신기남(오른쪽부터),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후보 등 친노 주자 4명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4자 회동을 한 뒤 국민경선 선거인단의 대리접수를 허용할 경우 후보 등록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해찬 등 “대리접수 금지를”
정동영쪽 “위기감 이용 의도”
정동영쪽 “위기감 이용 의도”
민주신당이 22일 대선후보 경선 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경선의 닻을 올렸다. 선거인단 대리 접수 문제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다 결국 11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했다. 6~7개로 예상되는 ‘본선행 티켓’을 잡기 위한 1차전이 시작된 것이다.
◇ 후보 등록 단계부터 ‘삐거덕’=이날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신기남·천정배 의원, 전 열린우리당 국정자문위원인 최병례(63·여)씨 등 6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전날 등록한 손학규·정동영·추미애·김두관·유재건 후보 등 5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이 경선 레이스를 뛰게 됐다. 막판까지 고심한 김원웅 의원은 경선에 불참하기로 했다.
경선은 초반부터 순탄치 않다. 이날 이해찬·한명숙·유시민·신기남 등 친노 주자 4명이 선거인단 대리 접수 금지 방안을 요구하며 한때 후보 등록을 거부하는 등 처음부터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조직에서 앞서는 손학규·정동영 후보 쪽이 대리 접수를 통해 무더기로 선거인단을 긁어모을 가능성을 막아보려는 것이다. 인터넷 접수의 경우 휴대전화 인증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당이 보완책을 내놓음에 따라, 등록 마감 시각인 오후 6시 직전에야 등록을 마쳤다. 대리 접수 논란은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손학규·정동영 후보 쪽은 국민경선위가 애초 방침을 바꾼 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본경선에서의 여론 조사 반영 비율과 모바일 투표 도입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선거인단 모집 경쟁 과열=각 후보 캠프는 선거인단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신당 경선은 당원이든 아니든,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선거인단으로 신청만 하면 참여할 수 있는 ‘완전국민경선’(오프 프라이머리)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의 낮은 지지율 탓에 자발적 참여보다는 각 후보 캠프에서 선거인단을 긁어 모으는 상황이어서, “경선은 결국 조직 싸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친노 주자들의 ‘집단 행동’도 조직력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손학규·정동영 후보를 겨냥한 견제의 성격이 짙다. 손학규 후보 쪽은 선거인단 100만명 확보를 목표로 잡고 지지 조직인 선진평화연대를 총가동하고 있고, 정동영 후보 쪽은 150만명 모집을 목표로 1명당 지인 1천명을 확보하는 ‘천지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캠프간의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이해찬 후보는 “이미 어떤 직능 단체에서는 선거인단으로 (회원들을) 가입시켜 줄 테니 거래를 해보자는 제안까지 해 온 것으로 안다. 이런 행태를 내버려둬선 안 된다”며 선거인단 편법 동원 의혹까지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정동영 후보 쪽의 한 의원은 “친노 주자들이 대리 접수 금지 운운한 것은 친노 지지자들의 위기감을 불러 일으켜 선거인단을 더 많이 모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한편, 모집 첫날인 지난 21일 하루 동안 접수된 선거인단은 인터넷 2만9424건, 전화 750건, 서류 9건 등 모두 3만183건으로 집계됐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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