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 사진)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오른쪽 사진)가 지난 20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당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장광근 캠프 대변인과 김무성 캠프 조직총괄본부장한테서 개표 진행상황을 각각 보고 받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박 캠프, 투표결과 분석
이쪽, 자성론속 “반란표 색출해야” 험한 말도
박쪽 “젊은층 이후보에 등돌려…본선 이기겠나” ‘찜찜한 승리, 억울한 패배.’ 한나라당 전당대회 다음날인 21일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진영에선 예상을 벗어나 초박빙으로 끝난 투표 결과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애초 압승을 기대했던 이명박 후보 쪽에서는 1.5%포인트란 근소한 표차를 두고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라는 자조 섞인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밑바닥 민심이 급변하는 현장 분위기를 감도 잡지 못한 채 대세론에 취했던 데 대해 “다들 반성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자신했던 조직력이 먹히지 않은데다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 등 바깥에서 돌발 변수가 터진 덕분에 어렵사리 이긴 것도 인정했다. 캠프의 한 인사는 “승리는 오로지 이명박 개인과 하늘이 도운 덕택”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골고루’ 뒤지다 서울에서 몰표가 나오는 바람에 어느 정도 만회한 데 대해서도, 안도와 자조가 뒤섞였다. 이 후보는 서울을 빼면 전국에서 무려 5509표나 박 후보에게 밀렸다. 대신 서울에서만 5077표를 앞서 이를 만회했다. 한 실무자는 “이 후보는 서울 표로 당선된 셈인데, 서울지역에서도 강남 지역의 투표율이 높았다고 한다”며 “이 후보는 서울 후보, 그중에서도 특히 강남 후보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쪽은 또 선거인단 투표에서 믿었던 대의원들이 상당수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 진영 한쪽에선 “이명박 지지한다고 해놓고 투표는 박근혜에 한 대의원들이 있다”며 “이중플레이한 이들은 다 색출해야 한다”는 험한 말까지 나왔다. 박 후보 쪽은 20~30대 투표율이 낮았기 때문에 이 후보가 고전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박 후보 쪽 한 인사는 “정확하게 집계는 안 됐지만, 개표소 현장을 참관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20~30대 젊은층들이 투표장에 많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 발표 등을 지켜보면서 젊은 지지자들이 이 후보에게서 등을 돌렸다”며 “과연 이 후보가 본선에서 젊은층의 표를 가져올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또다른 한 인사도 “전화 여론조사 일부를 감청해보았더니, 20~30대 지지자들은 전화가 걸려오자마자 바로 끊더라”면서 검증 문제가 젊은층의 표를 크게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각 후보 쪽이 수시로 조사원과 응답자의 통화내용을 들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투표 과정에서 각 개표소에서 가져온 투표함을 권역별로 34곳으로 나눠 표를 섞었기 때문에 어느 시·군·구가 누구를 지지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도록 한 점도 판세를 흔든 요인으로 지적된다.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선 지역별 지지도가 모두 나오기 때문에 시·군·구별 지지성향이 유리알처럼 공개될 수밖에 없었지만, 실제 투·개표 과정에선 익명이 보장돼 ‘기표소 커밍 아웃’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박 후보 쪽은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도 토로했다. 한 실무자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냐고 물은 뒤 지지 후보를 물었더라면, ‘역선택’을 하는 응답자들을 한번 거를 수 있었다”며 “범여권 지지자에게도 무작위로 질문을 던지니까 본선에서 각종 의혹이 터져나올 위험이 높은 이 후보를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박쪽 “젊은층 이후보에 등돌려…본선 이기겠나” ‘찜찜한 승리, 억울한 패배.’ 한나라당 전당대회 다음날인 21일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진영에선 예상을 벗어나 초박빙으로 끝난 투표 결과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애초 압승을 기대했던 이명박 후보 쪽에서는 1.5%포인트란 근소한 표차를 두고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라는 자조 섞인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밑바닥 민심이 급변하는 현장 분위기를 감도 잡지 못한 채 대세론에 취했던 데 대해 “다들 반성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자신했던 조직력이 먹히지 않은데다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 등 바깥에서 돌발 변수가 터진 덕분에 어렵사리 이긴 것도 인정했다. 캠프의 한 인사는 “승리는 오로지 이명박 개인과 하늘이 도운 덕택”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골고루’ 뒤지다 서울에서 몰표가 나오는 바람에 어느 정도 만회한 데 대해서도, 안도와 자조가 뒤섞였다. 이 후보는 서울을 빼면 전국에서 무려 5509표나 박 후보에게 밀렸다. 대신 서울에서만 5077표를 앞서 이를 만회했다. 한 실무자는 “이 후보는 서울 표로 당선된 셈인데, 서울지역에서도 강남 지역의 투표율이 높았다고 한다”며 “이 후보는 서울 후보, 그중에서도 특히 강남 후보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쪽은 또 선거인단 투표에서 믿었던 대의원들이 상당수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 진영 한쪽에선 “이명박 지지한다고 해놓고 투표는 박근혜에 한 대의원들이 있다”며 “이중플레이한 이들은 다 색출해야 한다”는 험한 말까지 나왔다. 박 후보 쪽은 20~30대 투표율이 낮았기 때문에 이 후보가 고전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박 후보 쪽 한 인사는 “정확하게 집계는 안 됐지만, 개표소 현장을 참관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20~30대 젊은층들이 투표장에 많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 발표 등을 지켜보면서 젊은 지지자들이 이 후보에게서 등을 돌렸다”며 “과연 이 후보가 본선에서 젊은층의 표를 가져올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또다른 한 인사도 “전화 여론조사 일부를 감청해보았더니, 20~30대 지지자들은 전화가 걸려오자마자 바로 끊더라”면서 검증 문제가 젊은층의 표를 크게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각 후보 쪽이 수시로 조사원과 응답자의 통화내용을 들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투표 과정에서 각 개표소에서 가져온 투표함을 권역별로 34곳으로 나눠 표를 섞었기 때문에 어느 시·군·구가 누구를 지지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도록 한 점도 판세를 흔든 요인으로 지적된다.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선 지역별 지지도가 모두 나오기 때문에 시·군·구별 지지성향이 유리알처럼 공개될 수밖에 없었지만, 실제 투·개표 과정에선 익명이 보장돼 ‘기표소 커밍 아웃’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박 후보 쪽은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도 토로했다. 한 실무자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냐고 물은 뒤 지지 후보를 물었더라면, ‘역선택’을 하는 응답자들을 한번 거를 수 있었다”며 “범여권 지지자에게도 무작위로 질문을 던지니까 본선에서 각종 의혹이 터져나올 위험이 높은 이 후보를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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