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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끝내 닫힌 우리당, 3년9개월만에…민주신당과 합당

등록 2007-08-17 19:12수정 2007-08-19 14:44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 결정을 위한 임시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정세균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마지막 확대간부회의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 결정을 위한 임시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정세균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마지막 확대간부회의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열린우리당 소사
열린우리당 소사
열린우리당이 18일 오후 2시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임시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3년9개월 만에 간판을 내린다. 대통합민주신당과 합당을 결의하는 형식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민주신당에 백기투항을 하는 것이다.

정세균 의장은 17일 당 회의실에서 마지막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제가 마지막 당의장으로 기록된다는 것이 제 정치인생에서 결코 잊지 못할 아픔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에게 신뢰를 드리지 못한 것, 우리당의 가장 큰 과오였다. 국민과 함께하는 노력, 국민의 마음을 얻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뼈저리게 반성한다”는 말도 했다. 당 간부들은 일렬로 서서 “국민 성원에 보답하지 못하고 간판을 내리는 데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정치개혁’과 ‘전국정당화’를 기치로 내걸고 야심차게 출범했던 열린우리당은 왜 실패했을까? 해답을 얻기 위해 창당 주역들을 중심으로 10여명의 얘기를 들어 보았다. 몇 가지 진단이 나왔다.

열린우리 왜 실패했나
① 노대통령과 동반추락
② 당 지도부 부실
③ 정치실험 잇따른 좌절
④ 생활개혁 소홀 민심 이반

첫째,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당정분리 원칙을 채택해 현직 대통령과 여당을 떼어 놓으려 했지만, 국민들은 대통령과 여당을 한 몸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측근들에게 쏟아진 ‘싸가지 없다’ ‘무능하다’는 평가는 열린우리당에도 고스란히 전이됐다고 했다. 정세균 의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참여정부에서는 제왕적 총재 시대를 접고 당정분리 제도를 도입했지만, 고비마다 이러한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정당에 가장 잘 봉사할 때 국가에도 가장 잘 봉사하는 것이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정리했다.

둘째, 지도부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열린우리당 의장은 ‘정동영-신기남-이부영-임채정-문희상-정세균-유재건-정동영-김근태-정세균’으로 바뀌었다. 이들 대부분이 당을 이용해 개인 지지율을 높이려고만 했지, ‘내 당’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당을 추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리더십 부재에서 발생한 문제를 ‘노무현 탓’으로 떠넘기는 경우도 많았다.

셋째, 처음부터 무리한 정치실험을 시도했다는 본질적 비판도 있었다. 열린우리당은 당정분리뿐만 아니라, △기간당원제 △지구당 폐지 △원내정당화 △투톱 시스템(당의장-원내대표 권한 배분) 등의 원칙으로 운영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원칙들은 차례차례 무너졌다. 기간당원제는 ‘지지자들’의 생각을 반영하지 못했다. 지구당이 사라지자 당은 민심에서 멀어졌다. 투톱 시스템은 비효율을 낳았다. 신계륜 전 의원은 “선각자연하는 정치 엘리트들이 현실을 무시하고 책상에서 만든 원칙을 가지고 무리한 정치실험을 했다가 실패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의 ‘틀’을 짠 이강래 의원도 정치실험의 실패를 인정했다.

넷째,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 ‘생활 개혁’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국가보안법 등 ‘4대 개혁 입법’에 힘을 너무 쏟으면서, 양극화로 신음하는 민심에서 동떨어졌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섰던 정동영 전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보이지 않는 손에 끌려 다녔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실패했다. 지금도 ‘친노’가 설치고 있지 않은가.”

천정배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낡은 정치 청산’을 넘어서는 ‘생산적 정치’로 나아가지 못했다. 목표가 뚜렷하지 못했고 비전을 정립하지 못했다. 집단 의지를 만들지 못했다. 한 마디로 우리는 ‘두서없는 정당’이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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