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와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앞줄 맨 오른쪽)의 13년간에 걸친 옥중서신을 엮은 서간집 <사랑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출판 행사가 열린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여권의 대권주자들이 대거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둘째 줄 오른쪽부터 유시민, 신기남 의원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김혁규 “신당 불참·무소속 출마” 의원사퇴
한명숙·이해찬 ‘후보단일화’ 원칙 재확인
유시민 “단일화 이른감” 가능성은 열어둬
한명숙·이해찬 ‘후보단일화’ 원칙 재확인
유시민 “단일화 이른감” 가능성은 열어둬
범여권의 친노 주자들이 ‘선택’의 기로에서 각자의 길을 찾고 있다. 다음달 3~5일로 예정된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주자 예비경선(컷오프)이 첫번째 선택 지점이다. 김혁규 의원은 13일 국회의원직 사퇴의 배수진을 치고 민주신당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사실상 무소속으로 대선 행보를 하겠다는 뜻이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는 후보 단일화 방침에 합의했다.
■ 김혁규의 ‘마이 웨이’ =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합민주신당은 열린우리당이 그동안 추구해 온 새로운 정치에 대한 진정성도 없고, 미래 비전도 없다. 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합당을 해도, 자신은 무소속으로 남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그러나 “출마 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해, 대선 행보를 계속할 뜻임을 내비쳤다. 그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직도 던져 버렸다.
김 의원의 ‘승부수’는, 통과 전망이 불투명한 컷오프에 뛰어들기보다는 ‘제3지대’에서 세력을 키우며 기회를 노려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는 경남도지사를 세 차례 지내며, 영남권에선 상당한 조직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남 후보론’을 앞세워 독자 세력을 구축한 뒤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노려보겠다는 얘기다. 김 의원 진영 관계자는 “도박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해찬-한명숙-유시민, 단일화할까? = 친노 주자들 가운데 선두 그룹인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만나 단일화에 합의했다. 두 후보는 “평화개혁 진영의 정통성 있는 후보들 간의 단일화 필요성을 재차 확인하며, 단일화 시기와 방법은 별도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안자인 한 전 총리는 물론, 이 전 총리 쪽도 “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단일화의 최대 변수인 유시민 의원은 다소 모호한 태도다. 그가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친노 주자 단일화의 ‘폭발력’은 약해진다. 유 의원은 이날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단일화 논의가 필요하지만, 아직 좀 이른 것 같다. 경선을 해 나가다가 미래지향성이 비슷한 후보들끼리 손을 잡는 일은 정치에서 늘 있는 일이므로 그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지지 기반이 겹치는데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계승’을 강조하는 이들이 결국 힘을 하나로 모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유 의원은 “다음 정부가 국가 미래나 국민 행복과 관련해 좀 더 나은 대안이 선택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제가 대통령이 되거나, 제가 되는 것과 거의 비슷한 분이 대통령이 되는 상황…”이라며 두 전직 총리를 언급했다.
■ 다른 후보들 = 김원웅·신기남 의원, 강운태 전 장관 등은 속앓이가 깊은 것 같다. 현재 지지율로는 민주신당 국민경선에 참여해도 ‘본선 링’에 오르지 못하고 주저 앉을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독자세력화할 만한 기반도 없다. 김두관 전 장관은 이날 민주신당 입당식을 하는 등 경선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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