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오른쪽부터)이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대회에서 함께 앉아 있다. 연합뉴스
‘광주’관련 거듭 신경전
민주신당에 공식 합류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창당대회에서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쳤다. 세 명의 대선주자들은 특히 ‘광주 문제’를 놓고 뼈 있는 공격을 주고받았다.
추첨을 통해 첫번째 연사로 나선 손학규 전 지사는 “과거를 털고, 과거에 묶이지 말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가자”며 ‘미래를 향한 전진’을 역설했다. 그는 “지난달 광주 망월동 묘역에 참배하면서 ‘광주 정신이 우리의 영원한 민족정신이고 찬란히 빛나는 우리의 정신적 바탕’이라고 다짐했었다”며 “광주정신을 세계로, 미래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광주를 털어버리고 가자’는 자신의 광주 발언이 논란을 빚은 점을 의식해 ‘광주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연단에 오른 정동영 전 의장은 “영화 〈화려한 휴가〉를 관람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며 “이 영화는 광주가 덮어야 할 과거가 아니라 진행되고 있는 현재라는 사실을 웅변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미래로 가야 하지만 그 미래는 역사에 뿌리박아야 한다”며 “80년 광주와 87년 6월이 있었기에 지난 10년의 민주정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손 전 지사의 광주 발언을 겨냥한 말이다. 정 전 의장은 그러면서도 “손 전 지사가 합류해 주셔서 대통합판과 국민경선판이 만들어졌다”며 손 전 지사를 치켜세우는 등 공격의 수위를 조절했다. 정 전 의장의 참모들 사이에서는 이날 대회에서 손 전 지사를 강도높게 공격하자는 쪽과, 그러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천정배 전 장관도 “우리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후보는 필패다. 절대로 이길 수 없다”며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출신임을 은연중에 강조했다. 천 전 장관은 “어정쩡한 중도·실용을 내세우거나 우리가 잘못한 일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지닌 후보로도 이길 수 없다”며 정동영 전 의장과 이해찬 전 총리 등도 싸잡아 겨냥했다.
이날 대회에는 열린우리당의 신당 합류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탓에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김혁규·신기남 의원, 김두관 전 장관, 강운태 전 의원 등 열린우리당 당적을 지닌 대선주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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