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 캠프가 한 숨을 쉬고 있다.
라이벌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뒤지고 있지만 최근 전국 합동연설회를 통해 역전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자평하는 상황에서 `아프간 사태'로 자칫 기세가 꺾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합동연설회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의 대세론을 잠재우고 극적으로 승리한 2002년 민주당 16개 시.도 순차경선의 재연을 염두에 뒀던 박 전 대표측은 국민적 축제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 중 2명이 숨지면서 전국적으로 숙연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으로만 끙끙대는 것.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한 듯 캠프 내 누구도 공식적으로 이번 사태를 정치적 이해득실 차원에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석에서는 내심 안타까움을 내비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아프간 사태로 지지세가 확산되고 있는 박 전 대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쏠릴 기회가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도 "맹추격을 하는 상황에서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것이 유리한 만큼 이런 상황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고 공감했다.
한편 이 전 시장측은 이번 사태가 경선 막판에 '호재'가 될 것이란 일부 관측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나타내면서도 합동연설회 등 막판 변수들이 이슈화하지 못하면서 현 우위 구도가 굳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은근히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캠프 대변인들이 공식 논평을 중단하고 이 전 시장 본인도 모든 외부 일정을 취소한 채 언론 노출을 피한 것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남은 기간 '자제 모드'를 유지하며 박 전 대표측이 걸어오는 '싸움'에 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장광근 캠프 대변인은 "아프간 사태를 어떤 식으로든 국내 정치상황과 연결하는 것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발상"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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