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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범여권 신당 ‘손학규당 만드나’ 논란

등록 2007-07-31 10:56수정 2007-07-31 15:47

내달 5일 창당을 앞두고 있는 범여권 신당(가칭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의 세력 분포와 지분 구성을 놓고 몇몇 예비주자 진영이 "사실상 `손학규 신당'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니냐"며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범여권 대선후보 중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손학규 전 지사 진영으로 열린우리당 탈당 의원들과 민주당 출신, 동교동계 인사들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여타 진영이 세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데다 손 전 지사의 지지조직인 선진평화연대(선평련)가 신당 중앙위원과 실무당직의 일정부분을 차지하고 시.도당 창당과정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는 것이 빌미가 됐다.

현재까지 진행된 창당 실무협의 결과 선평련은 전체 중앙위원 400명 중 50여명, 실무 당직자 30명 가운데 8명을 차지하게 됐다. 나머지 실무 당직자 22명의 배분은 우리당 출신 8명, 시민사회 출신 8명, 민주당 출신 6명 등이다.

이 때문에 신당의 내용이 결국 손 전 지사를 후보로 내세우고 여타 주자들을 들러리로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불만과 의혹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기류는 최근 범여권 주자들이 손 전 지사의 정치이력을 문제삼아 앞다퉈 공세에 나서고 있는 상황과 궤를 같이 한다.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의 측근의원은 31일 "정 전 의장은 처음부터 당직자 인선 등에 개입하지 말라고 캠프 소속 의원들에게 지시했고, 그 결과 한 명도 참여하지 못했다"면서 "반면 선평련은 겉으로는 기득권을 버리기 위해 공동 창준위원장을 안 맡겠다고 해놓고 밑으로는 지분 챙길 것은 다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쟁진영의 한 초선의원도 "손 전 지사 본인은 기득권을 버리고 추운 시베리아로 나왔다고 하면서 뒤에선 잇속을 다 챙겼다"며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행동하는 양심'이라면, 손학규는 `행동하는 흑심'"이라고 비난했다.

예비주자인 김혁규(金爀珪) 의원은 최근 정세균(丁世均) 열린우리당을 만난 자리에서 "신당이라는 게 결국 `손학규 당'을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 의원이 전했다. 김혁규 의원의 한 측근은 "신당은 현재 창당작업을 진행중이고 열린우리당은 12, 13일께 합당을 결의할 예정이다보니 당직배분 등에서 소외되는 등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측도 "열린우리당 당적을 갖고 있는 주자들의 경우 시도당 창당 등에서 배제되는 데 대한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범여권이 `작은 대세론'에 갇혀 특정인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외부에 비쳐질 수 있다. 손 전 지사는 모든 기득권을 다 버리고 대통합 밀알이 되겠다는 당초 약속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측 이수원 공보실장은 "지금 논란의 중심은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1대1로 지분을 나눠야 하느냐 하는 점이지 우리쪽에서 지분싸움을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여타 주자의 네거티브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생각이며,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는 정책 제시에 주력하겠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선진평화통일광장' 준비위원회는 이날 박홍섭 전 마포구청장, 정진일 전 한국정보문화센터 사무총장 등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민주계 인사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손 전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준비위는 지지자 명단에 서석재 전 총무처 장관의 이름을 올렸으나 서 전 장관은 "이 모임에 참여한 적도 없고, 지난 23일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 지지선언에 참석했다"고 해명했다.

또 손 전 지사측 배종호 대변인은 "다음달 9일 출마선언인 비전선포식 전후로 상당수 의원들이 캠프에 합류할 것"이라며 "386 핵심의원을 포함해 수도권, 충청권 중진의원, 개혁성향 의원들이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며 세규합에 적극 나설 뜻임을 피력했다.

배 대변인은 "일단 현재 특보단 소속 의원 외에 20여명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면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도 합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당 내에서 `친노그룹 배제론'이 다시 등장하고 있어 신당의 성격과 세력 분포를 둘러싼 논란을 한층 가열시킬 전망이다.

신당이 `도로 열린우리당'에 불과하다는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전통 지지층을 재결집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친노그룹을 포함해 열린우리당을 통째로 참여시키는 것보다는 통합민주당과 먼저 결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

정대철 상임 창준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 친노그룹의 신당참여 문제와 관련, "이리 안 오면 저절로 배제되는 것이고 일부러 배제할 필요는 없다. 정당이라는 게 자기 선택의 문제"라며 `최악의 경우 (친노그룹과) 같이 못 할 수도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통합민주당 양형일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한길 대표도 열린우리당이 통째로 신당으로 오는 것에 반대한다"며 "통합민주당이 합쳐지면 친노배제가 관철될 가능성이 있고, 창준위 내부 분위기도 (친노그룹 참여에) 호의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당에 합류한 친노진영의 김형주 의원은 "정대철 위원장의 발언은 배제론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에 끝까지 남겠다는 것을 달래가면서까지 합류시킬 필요가 있겠느냐는 느낌의 표현"이라며 "신당에 합류할 친노진영 대선후보들의 역할도 배제론에 반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 위원장이 정색을 하고 특정계파에 대해 강하게 배제하자고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맹찬형 송수경 기자 mangel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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