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중도통합민주당 의원이 26일 오후 국회에서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서 “중도개혁 대통합으로 대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노·비DJ’ 노선 재확인…한나라 "고심에 찬 결단” 추켜세워
조순형 통합민주당 의원이 26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조 의원의 출마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반 노무현, 비 디제이(DJ)’를 표방해 온 그가 민주당 독자세력화의 기수로 나설 가능성 때문이다.
조 의원은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국가와 당이 처한 위기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리더십 결손과 통치공백 상태 때문에 경제난, 외교안보난, 정치 혼란, 사회 혼란 등 4대 국난을 겪고 있다. 대통령의 무절제한 언행, 무능과 오만, 헌법 무시와 위법 행위로 나라 기강이 붕괴됐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했다.
조 의원은 범여권 대통합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무조건식 대통합 정당은 국민들에게 ‘국정실패 계승 정당’으로 인식돼 대선에서 필패할 것”이라며 “명분과 원칙 없는 ‘대통합’으로부터 통합민주당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사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대통합 국면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는 민주당은 조 의원에게 크게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조 의원의 출마 선언식에 참석해 “오랫만에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나와 반갑다. 조 의원은 대통령의 품격과 자질을 갖춘 분”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중립’을 이유로 당내 대선주자들의 출마 선언식에 가지 않았다.
6선의 조 의원은 ‘미스터 쓴소리’라는 애칭과 ‘탄핵의 주역’이라는 오명을 동시에 갖고 있다. 민주당 분당 이전까지는 모범적인 의정 활동으로 호평을 받았고, 돈이나 계파에 얽메이지 않는 깨끗한 이미지를 쌓았다. 탄핵 역풍을 맞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던 그는 지난해 7월 서울 성북을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저력을 보여 줬다.
대선주자로서 그의 폭발력은 아직 알 수 없다. 민주당 의원이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 등 꼬장꼬장한 면모가 대중에게 어필하기도 하지만,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는 측면도 갖고 있다.
조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지만, 박상천 대표가 범여권 통합신당에 동참할 가능성을 아예 닫아버린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어쨌든 조 의원이 ‘반노, 비디제이’ 노선을 강하게 밀고 나가면, 통합신당(미래창조 대통합민주신당)과 통합민주당으로 나뉘어져 있는 범여권의 상황은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나라당의 논평은 그런 희망을 담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조 의원 출마에 대해 “민주당을 고사시키려는 디제이와 노 대통령의 정치폭력에 맞서 민주당을 지켜내려는 고심에 참 결단”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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