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추이
맷집 강해서? 상대 약해서?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의 지지율을 두고 정치권 안팎의 해석이 엇갈린다.
바닥을 쳤다는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하락을 앞둔 숨 고르기란 분석도 있다. 어쨌든 이 후보가 35% 언저리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박근혜 후보와의 격차를 10%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는 데엔 대체적인 의견이 일치한다. 연일 터져나오는 의혹 속에서도 이 후보가 그런대로 지지율 방어를 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래도 경제”=정치권 인사들과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경제전문가 이미지가 아직까지는 견고하다고 분석한다. 일자리, 노후 등 사회 전반의 불안요인을 처리할 인물로, 각종 의혹과는 별개로 이 후보를 적합하다고 보는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의 홍형식 소장은 “각종 의혹들로 ‘이 후보는 못 믿을 사람’이란 정서가 확산되고 있지만 동시에 ‘그럼 경제는 누가 책임지나’란 불안감이 이를 상쇄시키고 있다”며 “이런 사회 분위기가 이 후보를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도 “이명박 후보 쪽은 자기가 경제는 살리겠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안이 없다”=경쟁 상대가 지지부진한 상황도 이 후보에겐 호재다. 당내 경쟁자인 박근혜 후보가 비전과 대안을 내놓지 못해 이 후보 지지 이탈층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박근혜 후보는 최근 5·16을 ‘구국혁명’이라 지칭하는 등 정치적 편협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 후보의 주민등록초본 유출 과정에 박 후보 쪽 인사가 개입됐다는 게 드러나면서 당원들은 이 후보 뿐 아니라 박 후보에도 강한 의구심을 품게 됐다”고 덧붙였다.
더딘 범여권 통합 논의가 이 후보의 지지율 방어에 도움이 됐다는 평도 있다.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은 “범여권의 대안 주자가 없는 게 이 후보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이 후보를 불안해하면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그냥 머무르는 지지층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검증 피로’ 누적됐나=유권자들의 표심이 거듭된 검증 국면에 지쳤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명확하게 진실이 해명된 게 거의 없고 정치적 공방만 오가는 상황에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중립을 표방하는 권영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금의 검증공방은 일반 유권자들에겐 양쪽이 서로 싸우는 모양새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은 “국정원 등이 이 후보 주변의 개인정보에 접근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이를 일부 언론들이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이 후보가 희생자로 비치게 된 점도 검증의 위력을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터진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도 이 후보로 봐선 ‘참 운이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적 관심을 분산시켰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래도 불안한 지지율?=하지만 이 후보의 지지율은 언제든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시동이 걸린 범여권의 통합 움직임이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고원 연구원은 “범여권의 후보군이 좁혀진다면 이 후보 지지층은 급속히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후보의 재산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결과도 판을 흔들 요인으로 꼽힌다. 한나라당의 서울지역 한 의원은 “이 후보 지지층은 검증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수사 등으로 감정적 허용 한도를 넘는 뭔가가 분명하게 제시된다면 급속한 지지율 하락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성연철 이유주현 기자 sychee@hani.co.kr
최근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일반 국민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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