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방문.."나 후보못되게 노무현정부 난리"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은 25일 대구를 방문, 당의 정치적 본산격인 TK(대구.경북) 지역 공략을 계속했다.
전날 고향인 포항을 찾아 TK에서의 '이명박 바람' 재확산에 시동을 걸었던 이 전 시장은 합동연설회 재개를 하루 앞둔 이날 대구 지역 대의원과 당원, 일반 유권자 등의 표심 잡기에 말 그대로 `올인'하는 모습이었다.
가는 곳마다 자신이 TK 출신임을 적극 강조하는 것은 물론 침체된 대구 경제를 살리고 정권을 교체할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역설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 추세를 보여온 그는 권역별로 볼 때 TK 지역에서 경쟁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에게 다소 뒤지고 있는 점을 감안, 이 권역의 핵심거점이자 상대적 취약지인 대구에 힘을 집중해 반전의 계기를 만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은 오전에는 대구시당과 이한구 의원의 지역구인 수성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대의원과 당원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한 데 이어, 오후에는 '대구 민심의 척도'로 불리는 칠성시장과 서문시장을 잇따라 찾아 상인들을 격려했다.
이어 강재섭 대표의 지역구인 서구 당협을 시작으로 주성영 의원의 동구갑 당협, 주호영 의원의 수성을 당협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그는 박종근 대구시당위원장을 비롯한 당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누가 후보가 돼도 우리 후보에 상처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본선에 가면 큰 상처가 되기 때문에 지켜야 할 도리가 있고 어느 한계를 벗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면서 "한계를 벗어나면 해당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칫 '내가 안 될 바엔 너도 안 되는 게 낫다'는 식으로 가면 큰 낭패에 빠진다"며 박 전 대표 측을 겨냥했다.
그는 또 "내 자신도 경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상대편에 섰던 사람도 어떤 한 사람 예외없이 함께 힘을 모은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있다"며 당의 화합을 함께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수성갑 당협 당원간담회에서는 "솔직히 내가 나가야 정권교체가 된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노무현 정권이 내가 이번 경선에서 후보가 안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있다"면서 "대구시민들이 바라는 후보가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가 난리를 치고 있다. 이명박이 안 되면 정권을 5년 연장할 수 있다고 저 난리"라고 주장했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과 관련, 그는 "다음 대통령 임기 중 대구가 항구가 되고 300만평 국가공단이 생겨서 대구를 근본적으로 바꿀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TK 출신이라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음에 언급, "내가 경상도 사람인데 경상도 사람으로 잘 안 알아준다"면서 "우리 집사람은 대구에서 국민학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졸업했고 우리 어머니 고향은 대구 반야월"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칠성시장과 서문시장에서도 자신과 어머니, 부인이 모두 TK 출신임을 재차 강조하는 동시에 "나는 포항 죽도시장, 재래시장 상인 출신"이라며 재래시장을 포함한 서민경제를 살릴 적임자는 자신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서문시장에서는 노점상을 하는 박종순(58.여)씨가 이 전 시장의 손을 부여잡고 "노점 장사 몇십년 했지만 진짜 살기 어렵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면서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려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시장은 서구 당협에서 위원장인 강 대표에 대해 "이 어려운 시기에 이 만큼 당을 이끄는 것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표를 겨냥, "당 대표를 뽑는 것 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당원들에게) 이런 저런 인연을 말하는데 깜짝 놀랐다"면서 "당 대표는 당 살림을 살고 대통령은 나라 살림을 사는데, 대통령(후보)을 뽑는 자리에서 대표 뽑을 때와 비슷한 생각과 인연으로 선택한다면 정권 교체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대구 방문을 마치고 부산으로 이동, 26일 재개되는 합동연설회 준비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이번 부산연설회에서도 의혹이 모두 해소되고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강하고 능력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우위를 굳힌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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