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측은 24일 당 지도부의 지방 합동유세 잠정 중단 방침에 대해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측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 "반칙행위에 대한 반성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고 비판했다.

이 전 시장측은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 제주 합동연설회장에서 이 전 시장 공개연설 때 온갖 야유와 비난을 보내면서 분위기를 흐렸다고 주장하면서 캠프 측의 자성과 함께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

캠프는 특히 박 전 대표측이 합동유세 방침확정 후 `이명박이 당을 사당화하고 있다', `경선일정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당 지도부가 `혼탁경선', `반칙경선'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여기에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경선국면에서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지지율 1위 주자가 쩨쩨하게 시비를 붙는다'는 비난여론을 감수하고서라도 `잘못된' 경선 관행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도부를 집중 성토하고 나선 박 전 대표측과 달리 지도부와 공동보조를 취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심을 자극하겠다는 판단도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다.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반칙을 저지른 행위에 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박 전 대표측이 이런 것을 빌미로 경선 판 자체를 흔들려고 하는데 정도가 아니다"면서 "오늘이라도 재발방지책이 마련되면 26일 유세 일정부터 정상화될 수 있는데 뭐가 그리 호들갑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당 최고위원회와 경선관리위원회가 당이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만장일치로 결정한 사안을 경선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장광근 공동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고뇌에 찬 당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사당화하려 한다', `자신이 없으니까 토론회 횟수를 줄이고 연설회도 피하려 한다'는 등의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이는 네거티브의 전형이자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성토했다.

그는 "당 대표를 지낸 박 전 대표께서 당의 권위를 무력화시키는 모습은 이율배반적"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대표 시절 내린 결정은 모두 `구당(救黨)의 결단'이고 현 지도부가 내리는 결정은 모두 `이명박 편들기'냐. 박 전 대표 원칙의 본질은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런 가운데 캠프는 박 전 대표에 대한 검증공세의 고삐도 한층 강화했다. `전두환 6억원 생계비 지원', `성북동 고급주택 무상수수 및 세금탈루 의혹' 등 그간 나온 의혹들을 거듭 제기하면서 박 전 대표의 직접 해명을 촉구했다.

운동권 출신의 이성권 차명진 임해규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현재 가치로 100억-300억원대의 거액을 받고, 기업 회장으로부터 현재 시가로 75억원에 달하는 성북동 저택을 무상으로 받으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다면 심각한 도덕불감증이 아닐 수 없다"면서 "무슨 자격으로 국민에게 깨끗하다고 말을 하고 무슨 기준으로 원칙을 말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 전 대통령이 준 6억원이 공금이었다면 `공금횡령죄' 내지 `장물취득죄'에 해당돼 전액 추징됐어야 하며, 개인 재산이었다 해도 상속세를 납부했어야 한다"면서 "성북동 저택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조세포탈 혐의를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캠프는 지난 91년 5월31일자 한 일간지 기사를 근거로 "당시 청와대에서 2개의 비밀금고와 9억5천만원의 돈다발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있다"면서 "박 전 대표가 6억원을 개인 재산이라고 주장한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정축재자가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진수희 대변인은 최태민 목사(94년 사망) 비리의혹과 박 전 대표의 감싸기 의혹과 관련, "박 전 대표가 어떻게 반(反) 여성 전력의 소유자를 20년간 측근으로 기용해 가깝게 지냈는지 궁금하다"면서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국가지도자로서의 상식과 판단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박 전 대표의 여성관을 문제 삼았다.

진 대변인은 또 박 전 대표측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과 관련, "탈당으로 해당행위를 해 놓고 한 마디 사과도 하지 않은 사람이 `경우 없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선거운동 무자격자'인 홍 위원장의 해촉을 공개 요구했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