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 첫 합동 연설회가 열린 22일 오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쪽 지지자들이 연단 맞은 편의 좋은 자리를 먼저 차지하려고 몸싸움을 벌이며 서로 상대 지지자들을 끌어내리고 있다. 제주/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22일 제주에서의 첫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한 달 간의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갔다.
이날 연설회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경선후보는 “상처만 입히는 네거티브는 안된다”(이명박), “흠없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박근혜)며 검증 문제를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홍준표, 원희룡 두 경선후보는 이 후보와 박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후보는 이날 “저는 사자의 심장을 지녔다. 온갖 네거티브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며 “범여권과 국정원이 한나라당 경선에 뛰어들고 개입한 것은 내가 후보가 되면 자기네가 이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네거티브로 서로에게 상처를 입혀 당을 깨는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지 말자”고 촉구하면서 “우리 목표는 단순한 경선 승리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한 제대로 된 후보를 뽑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저는 정부(범여권)와 싸워 단 한번도 패배한 적이 없고 여당 대표를 상대로 8전8승을 거뒀다”며 “박근혜가 세번째 도전에서 반드시 승리해 대선 승리의 영광을 여러분께 바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며 “이번 만큼은 정권의 어떤 공격에도 끄떡없이 이겨낼 수 있는 당차고 흠없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 강조했다.
홍준표 후보는 “97년, 2002년 대선 때처럼 우리 후보 뽑아놓고 ‘자고나면 무엇이 터질까’하고 가슴 졸이는 그런 후보로는 대선에서 또 진다”며 이명박 후보를 겨냥했다. 원희룡 후보는 박 후보에게 날을 세웠다. 그는 박 후보가 5·16을 ‘구국혁명’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과거에 대한 찬양과 뻔뻔스러운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후보들이 제주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눈길을 끌었다. 박 후보는 연설을 마무리하며 “여러분의 ‘괸당’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괸당은 ‘친척’을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원 후보는 ‘제주의 가난한 섬소년’ 출신임을 강조하며 고향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선 사회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지지자들이 연단이 가장 잘 보이는 관중석 맨앞 난간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서로 욕설과 함께 몸싸움을 하며 상대쪽 펼침막을 짓밟는 등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앞으로 합동연설회는 광주·부산·울산·인천 등에서 12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제주/이유주현 조혜정 기자 e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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