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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지지후보 잡히지 않는다”…범여 통합 예의 주시

등록 2007-07-17 14:10수정 2007-07-17 15:59

광주 좌담회 참가자들의 지지성향
광주 좌담회 참가자들의 지지성향
[대선 민심읽기/ 표적집단 좌담] 광주 40대 후보
손학규 경쟁력-정동영 진정성-천정배 지역후보 강점 꼽아
호남표 결집 여부 물음에, 그렇다 3-아니다 3- 모른다 3

확실한 것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 선거까지 불과 다섯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지만, 광주·전남의 40대들은 표류하고 있었다. 범여권이 통합을 이룰 것인지, 단일 후보를 낼 수는 있을지, 결국은 누굴 지지해야 할지, 모든 게 안개 속에 있다. 그들은 무엇에 눌린 것처럼 답답해 했다.

고민이 하나 둘 말로 새나왔다. 주용준(43·가명)씨는 “우리의 생각과 삶을 이해할 사람이 누구인가 고민하고 있지만, 잣대에 맞는 사람이 확실하게 잡히지는 않는다”며 “그런 사람이 앵글에 들어온다면 상당히 파괴력이 있고, 한나라당 후보와 겨뤄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바뀐다(정권교체)도 아니고 유지(정권재창출)도 아니고, (그 가능성이) 50대50”이라고 강우진(46·〃)씨가 거들었다.

허윤철(42·〃)씨는 “아직 범여권에는 대선후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고, 김영호(44·〃)씨는 “범여권 후보들에게 애정이야 있지만, 주자들이 비슷비슷해 보인다”고 평했다. 도토리 키재기라는 뜻이다.

말문이 조금씩 열리면서 화제가 주자들로 옮겨갔다. 강우진(46·〃)씨가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세 분의 싸움일 것 같다”고 초반 교통정리를 시도했지만, ‘이해찬 후보’에 강한 반론이 제기됐다. “온화한 맛이 없어요”(김영호), “제가 서울서 관악구 살 때 그 분이 국회의원을 했는데, 전 그 분의 능력을 피부로 못느꼈어요”(김대식·41). 주씨가 짧은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싸움닭으로는 적격이죠, 그러나 지도자감은 아니에요.”

그 빈자리는 천정배 의원이 차지했다. 김영호씨와 주씨가 천 의원을 말했다. 다른 주자들은 거론되지 않았다. 손학규, 정동영, 천정배, 세 사람을 놓고 인물평이 시작됐다. 허씨는 정동영 전 의장의 진정성을 높이 샀다. “자기를 희생할 줄 알고, 서민을 위해 뭔가 잘 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해요.” 주씨가 속내를 밝혔다. “당선 가능성은 손 전 지사가 제일 높다고 보죠. 그래도 지지는 정동영씨를 하고요.” 김삼훈씨도 “참신하다”면서 정동영 전 의장에게 한 표를 보탰다. 천 의원을 지지한다는 김영호씨는 손 전 지사를 ‘호남 후보’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호남 후보라는) 그런 생각을 못 가져요.” 주씨도 “(김씨처럼) 이런 생각을 가진 분이 많다”고 전했다.

강우진씨는 손 전 지사에 대한 지지 뜻이 확고했다. “손학규씨는 민주화 세력에서 출발했지만 의원, 자치단체장, 장관도 하고 정치학 박사로 제일 낫다고 생각해요. 대선 수업을 많이 했어요.” 김대식씨도 “경제 분야에서 철학이 있는 분에게 표를 줄 것”이라며 손 전 지사 지지 의사를 밝혔다.

본선 경쟁력을 말하다 어느 순간 유시민 의원의 이름이 ‘툭’ 튀어나왔다. 주씨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유시민’이라는 이름을 던졌다. “어차피 토론회 할 것 아니에요? 거기서 확실히 진가가 나오죠.” 강씨가 거들었다. “야당과 붙을 때 굉장한 지지가 나올 것 같아요.” 김대식씨도 “(유 의원이) 가장 정치인답다”면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대단한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흥미로운 대화는, 그러나 금새 끝이 났다. 세 사람 모두 “국민경선에서 안 될 것”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동영 전 의장 지지자가 5명, 손학규 전 지사 지지자가 2명, 천정배 의원 지지자가 1명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 성향이 본선 투표로 연결될지는 알 수 없다. 주씨는 마음으로 정 전 의장을 지지하지만 본선 당선 가능성을 생각하면 손 전 지사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게임의 법칙으로, 손씨가 호남에서 지지를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있어요.” 될 사람을 밀어야 한다는, 이른바 ‘전략적 선택’을 말하는 것이다.

대통합을 하든 않든 단일 후보가 나오면 호남표는 다시 결집될까. 대답은 ‘그렇다’가 3명, ‘아니다’가 3명, ‘모른다’가 2명으로 갈렸다. 그러나 양상이 이전 대선과 다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모아져도 이전과는 다를 거에요”(김영호), “모아진다고 해도 몇 퍼센트가 낮아지겠죠”(강우진).

참석자의 절반인 4명은 범여권 후보가 단일화만 되면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강씨는 “내가 지지했던 후보가 (단일후보가) 안 돼도, 단일후보로 뽑힌 분을 지지해야죠”라고 말했다. 광주/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대구 좌담회 참가자들의 지지성향.
대구 좌담회 참가자들의 지지성향.

정권교체 최대관심 “의혹 걸리지만…이명박”

[대선 민심읽기/표적집단 좌담] 대구 40대 남성

검증의혹 다수가 사실로 여겨…“솔직히 털어놓으라” 충고

“누가 본선 나가도 이길 것” 대세 속 “해봐야 알지” 우려도

‘그래도 이명박.’

대구의 40대 남성들 사이에서는 최근의 각종 검증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경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지지세가 여전했다. 이 후보에게 쏟아지는 각종 의혹들이 상당부분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아직 지지를 철회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기류였다. 좌담회는 지난 11일 밤 대구 서구 내당동 대구호텔에서 열렸다.

이 후보의 각종 부동산 명의신탁 및 투기 의혹에 대해 참가자 대부분이 자연스레 ‘사실’로 받아들이는 게 눈에 띠었다. 이 후보 지지 발언이 이어지고 있을 때, 사회자가 ‘이 후보 관련 의혹은 사실인 것 같냐’고 묻자, 거의 모든 참가자들이 강한 경상도 억양으로 “당연하죠”라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업을 한다는 박자휴(41)씨는 “누가 땅을 수만평씩 사느냐, 돈 있어도 (땅값 떨어질까봐) 두려워서 못 산다. (개발정보 없이는) 그렇게 땅 많이 사는 사람 없고, 차명계좌도 분명히 했다”고 단언했다. ‘대통령 못할만큼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는 건 아니다’는 이 후보의 말에 대해서도 “늘 애매하게 얘기하죠”(이가원)라며 은근히 비꼬았다.

참가자들은 이 후보를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론 감싸며, “솔직히 털어놓으라”며 애정어린 충고를 했다. “숨기고 거짓말하려 하지 말고, 인정하고 오픈하면 좋겠다”(이가원), “지금 분위기론 이 후보가 인정하면 별 것 아니다”(박대성), “그런 정도는 용납할 수 있다”(우참철)는 말이 계속됐다. 심지어 “땅 사고팔고 그런 걸 국가 단위로 하면 돈을 많이 벌 것 같다”며, 이 후보의 ‘능력’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란 말까지 나왔다. “대통령 될 생각이라면, 진작부터 주변 관리에 들어갔어야지”(최구국)라는 따끔한 지적도 없진 않았다.

이들은 의혹을 사실로 믿으면서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뭔가 해낼 것 같아서”, “경제를 부흥시킬 것 같다”, “경기 때문” 등 비슷비슷한 답변을 쏟아냈다.

한나라당 경선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선 호감은 있지만 ‘능력’에 대한 회의를 떨치지 못했다. “사람은 좋지만, ‘저 사람이 할 수 있겠나’하는 의문”(박자휴), “여자니까 미약하지 않을까”(박대성), “당은 키웠지만, 민생문제에 일조한 건 없다”(최구국)는 말들이었다.

최근 대구·경북에서 박 후보 지지율이 오르고, 이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박자휴씨는 “여성과 20~30대는 깨끗한 사람을 좋아하니까 그쪽에서 움직였다. 또 나이든 분들은 박정희 향수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가원씨는 “50대 이상은 원래 박 후보 지지자들인데, 이 후보 지지율이 전국적으로 워낙 높으니까, ‘한나라당 집권’을 위해 이 후보 지지로 돌아섰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최근 이 후보 관련 의혹이 자꾸 터지니까, 다시 원래 지지하던 박 후보로 돌아선 것”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경제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40대 남성들은 ‘그래도 이명박’ 정서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후보 관련 의혹이 앞으로도 계속 터진다면 마지막 보루인 40대들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점도 암시했다. “위험수위까지 왔다”(이가원), “머리 끝까지 올라오지 않았나”(최구국) “(사람들이 용납할 수 있는) 허용 기준을 넘어서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박대성), “‘저게 진짜면 여당한테 이기겠나’ 싶다”(이가원)는 말이 곧바로 이어졌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인 이들의 관심은 오직 ‘정권교체’였다. 이들은 올해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승리를 낙관하고 있었다. “누가 해도 이기긴 이긴다”, “무난하리라 본다”는 말이 주를 이뤘다. 그렇지만 “(범여권이) 핵폭탄 공약을 내걸어 지지세가 확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화투장은 뒤집어 봐야 안다”는 등 우려섞인 전망도 이어졌다.

토론 말미에 사회자가 ‘역대 대통령 중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을 묻자, 한 참가자가 불쑥 ‘전두환’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다른 참가자들도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박정희’라는 말도 나왔다.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83학번으로 학생운동을 했다는 한 참가자는 “이제 화두는 경제”라는 말로 이유를 설명했다. 참석자 중 유일하게 열린우리당을 지지한다는 우참철(49)씨만이 “굶어죽어도 독재자는 싫다. 김대중 대통령이 그나마 나은 것 같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튀는 발언’처럼 보였다.대구/권태호 기자 ho@hani.co.kr

호남인이 본 한나라 후보

이멍박 기대 컸지만 도덕성 탓 인기 시들

박근혜 스스로 돈 벌어 본 적 없는 사람

광주·전남에서 한나라당은 전통적으로 지지도가 높지 않다. 그러나 한나라당 경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어느정도 예외였던 게 사실이다.

허윤철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 후보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강우진씨가 해설을 곁들였다. “이 후보가 처음 나왔을 때 앞으로 기대하는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다, 이런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후보의 인기에는 다른 요소도 있었다고 한다. “이 곳 사람들이 한나라당은 무조건 안된다, 그런 것은 아니에요. 솔직히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을 겪어봤는데 우리 경제나 광주에 크게 보탬이 되지 않았어요. 한나라당이 된다고 더 나빠질 것은 없지 않겠냐는 정서도 있어요”(허).

그러나 부동산 의혹이 연일 불거지면서 이 후보의 인기는 사위어가고 있다고 했다. 강씨는 “경제 부흥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도덕성 문제가 많이 표출되니까 가라앉고 있다”고 말했다. 주용준씨는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사심 없이 국가에 헌신하고 봉사할 수 있어야 할텐데, 이 전 시장과 관련된 최근 이슈를 보면 그 양반 성향 자체가 국가를 개인적인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겠구나,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겠구나, 그런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허씨도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도 그 사람이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냐, 해소할 것이냐 이런 차이도 봐야 한다”면서 “그 분은 서민보다는 기업 쪽 입장에 서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또다른 경선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는 주씨가 딱 한 차례 언급했다. “박근혜 후보는 본인이 스스로 돈 벌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서 일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얼마나 알 것이냐, 그런 의구심이 있지요.” 광주/강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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