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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민노당 경선후보 ‘통일·평화’ 정책토론회

등록 2007-06-14 20:26

민노당 경선후보 ‘통일·평화’ 정책토론회
민노당 경선후보 ‘통일·평화’ 정책토론회
권영길 “대선후보땐 열사릉 참배”
심상정 “친북당 이미지 없애야”
노회찬 “2012년까지 국가연합”
민주노동당은 14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역에서 통일·평화를 주제로 첫번째 경선후보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6·15남북정상회담 7돌을 기념해 도라산역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권영길·노회찬·심상정 세 경선후보들은 서로의 차이점을 분명히 하면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나라 대북정책엔 한목소리 비판
권 ‘여유’ 심 ‘당당’ 노 ‘재치’

“혁명열사릉 참배” 대 “친북당 이미지 없애야”=권영길 후보는 2005년 8·15때 북한 정부 대표단이 국립현충원을 찾았듯, “대선 후보가 된다면 북한을 방문해 보수정치와 언론이 보란 듯 혁명열사릉을 찾겠다”고 밝혔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민주노동당이 도약하려면, ‘민주노동당=친북당’이라는 이미지가 없어져야 한다”며 “민주노동당에겐 어떤 배후도 없고, 오직 서민과 대중 뿐이란 걸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후보는 자신의 ‘코리아연합론(2국가2체제2정부)’이 기존의 흡수통일, 분단 고착화론과 비슷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자, “같은 풀도 소가 먹으면 우유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 나는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국가연합’을 제시한 것이며 2012년까지 이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모두 한나라당과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노 후보는 “한나라당 집권하면 한반도가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권 후보는 “먹는 것(쌀) 갖고 그러면 안된다. 북한에 쌀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헌법 개정” 대 “민주노동당 강화”=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내정치 문제도 함께 토론됐다. 노 후보는 정치개혁 방안으로 헌법 개정을 꼽았다. 그는 올해 제헌절에 ‘제7공화국 헌법’을 제출하겠다며 그 내용으로 노동권·건강권·주거권·교육권 보장, 토지공개념 도입, 전략적 유연성 금지, 영토조항 삭제, 한반도 비핵지대화 등을 담겠다고 밝혔다.

이에 심상정 의원은 “노 대통령의 실정이나 양극화 심화는 나쁜 헌법이 아니라 나쁜 정치 때문”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정치 개혁은 서민들의 민주노동당 참여·지지 확대를 통해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영길 후보도 민주노동당의 성장이 곧 정치개혁의 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역주의 해소로 정치개혁을 이뤘다고 하는 것은 외과 수술이 필요한 데 반창고를 붙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설립한 제 자신과 민주노동당이 걸어온 길이 바로 정치개혁”이라고 말했다.


권 ‘여유’, 심 ‘당당’, 노 ‘재치’=세 후보의 토론 스타일은 민감한 질문을 받았을 때 확연히 드러났다. 권 후보는 상대방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때마다 “인정사정 없이 퍼붓네” “갈수록 태산이네”라며 한박자 쉬어가는 느긋함을 보이면서도, ‘대선삼수생’이라는 사회자의 지적엔 “대선삼수는 입시삼수와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후보는 토론회 내내 방패와 창을 모두 휘두르며 씩씩한 기세를 잃지 않았다. 당내 기반도 취약하고 대중성도 약해서 대선 출마는 역부족이지 않냐고 사회자가 묻자, “대선·총선을 치룬 두 분이 만개한 꽃이라면 나는 봉오리를 틔우는 중”이라며 ‘세대교체론’으로 맞받아쳤다. 노 후보는 특유의 기지로 슬쩍 사회자의 예봉을 피해갔다. 재치는 있으나 가벼워 보여 대선 후보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에 대해, “역대 대통령들은 예외없이 국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저는 국민들 마음을 가볍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민노당 경선후보 ‘통일·평화’ 정책토론회
민노당 경선후보 ‘통일·평화’ 정책토론회

파주/이유주현 조혜정 기자 edigna@hani.co.kr


한겨레 대선자문단 평가
서민의 삶과 평화 연계한 메시지 약해

구갑우 <한겨레> 대선자문위원(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구갑우 <한겨레> 대선자문위원(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모두가 평화를 말하는 시대다. 그러나 평화가 무엇이고, 평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해 정치세력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이번 토론회는 민주노동당이 보수정당과는 다른 진보정당의 평화관을 밝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진보정당의 색깔이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권영길·심상정·노회찬 세 후보 모두 한나라당과 각을 세우기는 했지만,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겠다는 이른바 ‘평화·개혁세력’의 평화관과의 차이를 발견하기란 어려웠다. 진보정당의 정체성에 맞게, 전쟁이 없는 상태를 평화로 생각하는 소극적 평화관을 넘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곧 평화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하지는 못했다. 서민·노동자의 삶과 평화를 연계하면서, 평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군축과 같은 의제를 논쟁점으로 만들었다면, 진보정당이 추구하는 평화가 무엇인지를 알리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세 후보 사이 평화·통일 공약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핵심을 비켜간 질문들 때문이다. 왜 안보가 아니라 평화인지, 북한의 미래는 어때야 하는지, 북한의 미래와 남한의 미래는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한미관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있었다면, 세 후보의 차이가 드러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묘한 차이는 엿보였다. 심후보는 민주노동당의 친북 이미지를 제거하고자 했다. 권 후보와 노 후보는 북한관을 밝히기 보다 우회적으로 북한 스스로의 변화를 언급했다. 권 후보는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민족주의 담론에 기대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이 집권을 할 수 있는 정당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장밋빛 미래만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한반도 평화의 걸림돌이 무엇인지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한반도 평화의 길을 검토하고, 합의가 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구갑우 <한겨레> 대선자문위원(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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