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근무 당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방조제 연결을 위한 물막이 공사에 유조선을 투입해 공기를 3년이나 단축시킨 것(이른바 ‘정주영 공법’)으로 유명한 ‘1984년 서산 간척지 공사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물탐구 3제-이명박] 약자 편인가 승자 편인가
추진력인가 독선인가…재산 형성 과정 문제 없나
추진력인가 독선인가…재산 형성 과정 문제 없나
‘인간 이명박’을 이야기할 때, ‘신화’라는 말을 피하긴 어렵다. 가난에 시달렸던 수줍음 많은 시골 소년이 ‘20대 이사, 30대 사장, 40대 회장, 50대 국회의원, 60대 서울시장’의 이력을 쌓았다. 그러나 ‘가난 극복’, ‘현대’, ‘추진력’, ‘청계천’ 등으로 이미지화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화려한 모습 뒤엔 ‘경제 제일주의’를 내건 개발독재 시대의 잔상들이 짙게 배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① 약자 편인가, 승자 편인가?
술지게미로 하루 두 끼를 때우기도 했고, 중학교 때부터 풀빵장수·과일장수로 리어카를 끌었고, 영양실조에 걸리기도 했다는 게 이 전 시장이 회상하는 ‘가난의 추억’이다. 시장경제를 주창하는 이 전 시장은 이런 과거를 내세워 ‘약자 편’임을 강변한다. 실제로 그는 서울시장 시절 △중증장애인 택시 도입 △치매 노인 전문병원 설립 등의 일을 했다. 서울시 버스체계 개편도 ‘없이 사는 사람이 지하철·마을버스를 옮겨 타느라 차비를 더 많이 낸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개인 문제일뿐 사회적 원인과 책임 무시
그러나 그는 강연에서 ‘가난’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개인의 극복대상으로 바라볼 뿐, 사회적 원인과 책임을 강조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가난’을 개인 책임으로 돌린다는 인상이 짙다. 정신과의사 정혜신씨는 그의 책 <사람 VS 사람>에서 “이명박은 자신이 겪은 가난의 본질에 공감하는 게 아니라, 가난을 극복한 자기 스토리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한 바 있다. ② 독선인가, 추진력인가? 현대건설 시절부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이 전 시장의 주특기다. 자신이 싫어한다는 ‘불도저’라는 별명도 이 때문에 붙었다. 그는 청계천 사업을 시작할 때, 서울시 공무원들이 “4년이 걸린다”고 보고하자, “2년이면 되겠구나”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청계천 공사를 시작할 때 주변 상인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닥쳤으나 4200여차례나 대화해 이들의 동의를 끌어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이 ‘독선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청계천’ 반대의견 끝끝내 묵살 그러나 이 전 시장은 청계천 복원사업 당시 환경 및 문화재 원상복원을 주장하는 환경·문화재 단체의 의견을 묵살했다. 그가 말하는 ‘추진력’과 남들이 말하는 ‘독선’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이쪽저쪽을 넘나드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③ 도덕적인가, 비도덕적인가? 이 전 시장은 교회 장로다. 대학 시절에는 학생운동으로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자신의 많은 재산에 대해서도 “아이들에게 물려주진 않을 생각”이라는 소신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런데도 그는 늘 ‘도덕성’을 의심받는다. 70년대에 대기업, 그것도 비리가 많기로 유명한 건설업계에서 그는 잔뼈가 굵었다. 기준시가로만 330억원을 웃도는 그의 재산 형성 과정도 검증 대상이다. 15대 총선에서 자신의 선거참모 김유찬씨가 6억8천만원의 선거비를 썼다고 폭로하면서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했고, 이 와중에 김씨를 외국으로 도피시킨 건 ‘사실’이다. ‘비비케이(BBK) 관련 의혹’이 쉬 꺼지지 않는 것도 이 전 시장의 ‘도덕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신뢰가 그리 높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도덕적으로 우월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유권자들이 후보의 도덕성에 둔감해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경선이 본궤도에 오르면 이 전 시장의 도덕성 문제가 계속 거론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권태호 기자 ho@hani.co.kr
중학교 시절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 그는 당시 영양실조를 앓을 정도로 항상 배가 고팠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강연에서 ‘가난’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개인의 극복대상으로 바라볼 뿐, 사회적 원인과 책임을 강조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가난’을 개인 책임으로 돌린다는 인상이 짙다. 정신과의사 정혜신씨는 그의 책 <사람 VS 사람>에서 “이명박은 자신이 겪은 가난의 본질에 공감하는 게 아니라, 가난을 극복한 자기 스토리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한 바 있다. ② 독선인가, 추진력인가? 현대건설 시절부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이 전 시장의 주특기다. 자신이 싫어한다는 ‘불도저’라는 별명도 이 때문에 붙었다. 그는 청계천 사업을 시작할 때, 서울시 공무원들이 “4년이 걸린다”고 보고하자, “2년이면 되겠구나”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청계천 공사를 시작할 때 주변 상인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닥쳤으나 4200여차례나 대화해 이들의 동의를 끌어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이 ‘독선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청계천’ 반대의견 끝끝내 묵살 그러나 이 전 시장은 청계천 복원사업 당시 환경 및 문화재 원상복원을 주장하는 환경·문화재 단체의 의견을 묵살했다. 그가 말하는 ‘추진력’과 남들이 말하는 ‘독선’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이쪽저쪽을 넘나드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③ 도덕적인가, 비도덕적인가? 이 전 시장은 교회 장로다. 대학 시절에는 학생운동으로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자신의 많은 재산에 대해서도 “아이들에게 물려주진 않을 생각”이라는 소신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런데도 그는 늘 ‘도덕성’을 의심받는다. 70년대에 대기업, 그것도 비리가 많기로 유명한 건설업계에서 그는 잔뼈가 굵었다. 기준시가로만 330억원을 웃도는 그의 재산 형성 과정도 검증 대상이다. 15대 총선에서 자신의 선거참모 김유찬씨가 6억8천만원의 선거비를 썼다고 폭로하면서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했고, 이 와중에 김씨를 외국으로 도피시킨 건 ‘사실’이다. ‘비비케이(BBK) 관련 의혹’이 쉬 꺼지지 않는 것도 이 전 시장의 ‘도덕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신뢰가 그리 높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도덕적으로 우월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유권자들이 후보의 도덕성에 둔감해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경선이 본궤도에 오르면 이 전 시장의 도덕성 문제가 계속 거론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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