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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아버지의 ‘영광’과 ‘유물’ 그대로

등록 2007-06-11 19:26수정 2007-06-12 10:26

1970년대 초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탁구를 즐기고 있다.
1970년대 초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탁구를 즐기고 있다.
[인물탐구 3제-박근혜] ‘박정희 딸’, 약인가 독인가

한나라당 개혁 성공했나…원칙인가 아집인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우리나라의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꾼다. ‘여성’이란 관점에서만 보면 그의 존재는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에겐 여전히 박정희·육영수의 잔상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974년 한복을 입고 행사에 참석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974년 한복을 입고 행사에 참석했다.

① ‘박정희의 딸’, 약인가 독인가?

박 전 대표는 1997년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10년만에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로 떠올랐다. 출발선에서부터 ‘대통령의 딸’은 다른 새내기 정치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 그는 또한 아버지의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1974년 육영수씨가 세상을 뜬 지 엿새만에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수행했던 박 전 대표는 안보·경제발전 등에 대한 아버지의 생각을 별다른 여과장치 없이 자신의 가치관으로 받아들였다.

아버지 생각 여과 없이 자신의 가치관으로


그는 구제금융 위기 당시 정치권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어떻게 일으켜 세운 나라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쓰러질 수 있단 말인가. 구제금융 위기를 지켜보며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이 솟구쳤다.” 그의 머릿속엔 ‘아버지가 일으킨 나라’에 대한 굳은 신념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우리 사회는 1987년 이후 정치 민주화와 경제발전이 모순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젠 더이상 ‘독재’와 ‘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60~70년대식 이분법이 통하지 않는다”며 “자꾸 아버지를 들먹이면 국민들은 박 전 대표가 ‘아버지’ 외엔 별다른 내용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② 한나라당 개혁 성공했나?

2004년 3월 불법 대선자금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풍비박산날 지경에 이르렀을 때, 그는 대표라는 무거운 짐을 기꺼이 졌다. 이후 2년3개월의 재임기간 동안 ‘박근혜의 위력’은 가감없이 드러났다. 2004년 4·15 총선에선 121석을 얻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이후 5차례의 국회의원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40 대 0으로 완승했다. 당내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당 개혁안을 마련했다. 이후 혁신위가 정한 ‘당권과 대권의 분리 원칙’에 따라 대표직을 스스로 물러났다.

개혁 추진했지만 근본체질 못 바꿔

그러나 박 대표가 한나라당을 제대로 바꿨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지난 4·25 재·보선에서 보듯, 관행에 젖고 부패비리에 무른 당의 체질까지 바꾸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그의 캠프엔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거나 비리 등에 연루돼 정치권에서 발을 뺀 옛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다. ‘앙시앙 레짐’에 기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③ 원칙인가 아집인가?

2005년 당 대표로서 사립학교법과 국가보안법 개정 반대 투쟁을 이끈 그의 모습은 한나라당의 정통성 수호 의지를 넘어, 포용과 타협을 모르는 ‘외고집’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그는 지난달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경선규칙 논쟁을 벌일 때도, 끝까지 먼저 양보하지 않았다. 1979년 아버지의 죽음으로 청와대에서 물러난 뒤 18년 동안 은둔하며 온갖 고통 속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익혔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보안법 등 ‘외고집’ 이미지 강해

고원 서울대 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사적인 차원에서 ‘나의 권력이 옳다’, ‘나는 권력을 잡겠다’는 것은 오기가 된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지지자들에게 ‘원칙’을 호소하면서 이 전 시장에게 한치도 밀리지 않은 것은 권력의 법칙이란 관점에선 나름대로 ‘원칙’과 ‘소신’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박근혜(55) 전 한나라당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씨의 장녀로 195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2살 때인 1974년 육영수씨가 숨진 뒤 5년 동안 영부인 역할을 대신했다. 박근영·지만씨가 동생이며 <나의 어머니 육영수>,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 등의 책을 냈다.

△대구 출생(1952) △성심고·서강대 졸업 △한국걸스카우트연맹 명예총재(1974~1980) △육영재단·영남대 이사장(1982~1991) △정수장학회 이사장(1994~2005) △한국미래연합 대표(2002) △한나라당 대표 (2004~2006) △15·16·17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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