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오른쪽)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9일 경기도 이천 설봉산에서 열린 한나라당 경기도당 등반대회에 참석해 남경필 경기도당위원장의 발언에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캠프 “2000년 MBC인터뷰에 김경준과 찍은 사진”
이캠프 ‘육영재단·영남대 비리’ 등 맞불카드 만지작
이캠프 ‘육영재단·영남대 비리’ 등 맞불카드 만지작
검증을 둘러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갈등이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양쪽은 여차하면 사생활 등 개인적 치부까지도 들춰내겠다는 태세여서 벌써부터 ‘경선 이후’의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전 시장 쪽의 장광근 대변인은 10일 공개서한 형식을 통해 “주변 의원들이 총동원돼 ‘카더라’식의 의혹을 제기·증폭시킨 후 뒤로 빠지는 식의 구태 공작정치를 답습하는 모습에 실망”이라며 “박 전 대표의 침묵이 모든 의구심의 원천이며 이젠 직접 답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쪽이 박 전 대표를 직접 공개 거론한 것은 의혹 폭로를 막으면서 여차하면 그에게 직접 포문을 열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캠프 안에선 “최소한의 정당 방위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맞대응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는 분위기다. 진수희 대변인은 “일방적으로 검증을 빙자한 네거티브 공세에 당하지 말고 정면 돌파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캠프에서는 박 전 대표를 둘러싼 의혹으로 △정수장학회 △육영재단 사태, 영남대 비리 △최아무개 목사와의 관계 등을 거론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쪽은 이날 직접적인 대응을 삼갔다. 검증 공방이 자칫 박 전 대표의 11일 경선후보 출마선언을 가릴 수 있다고 우려한 까닭이다.
하지만 캠프는 단단히 향후 검증을 준비하는 태세다. 박 전 대표 쪽은 이날 캠프에서 2000년 초 이 전 시장이 박영선 당시 <문화방송> 기자와 한 ‘경제매거진’ 방송 인터뷰 테이브를 입수해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초는 이 전 시장이 (비비케이 한국지사장이던) 김경준씨와 종합 사이버 금융회사인 엘케이(LK)이뱅크를 만들어 공동대표를 지내던 때다. 테이브를 본 박 전 대표 쪽의 한 관계자는 “화면에 이 전 시장 뒤쪽에 그와 김경준씨가 같이 찍은 사진이 비치고, 비비케이(BBK)란 글자도 사무실 벽면에 크게 보인다”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 쪽은 이 전 시장의 측근이 2002년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에게 “이 전 시장이 대부(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 투자를 회수하는 문제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편지를 보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이 전 시장과 다스와의 연결고리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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