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개별적으로-이, 합동으로
한나라당 양대 주자인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측이 후보검증 청문회 진행방식을 놓고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당 검증기구인 국민검증위원회(위원장 안강민)가 29일 첫 회의에서 7월 10-12일께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한 가운데 양 주자 진영이 형식을 합동 청문회로 할지 아니면 후보별 개별 청문회로 할지를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는 것.
박 전 대표측은 최소한 국무위원 검증 수준의 심층적 검증을 위해 개별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 전 시장측은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면서도 내심 합동 청문회에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는 청문회 자체를 바라보는 양 주자측의 근본적인 시각과 함께 전략이 상이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 측은 철저한 검증을 통해 이 전 시장의 `흠결'을 최대한 많이 찾아내야 막판 지지율 반전의 기회가 찾아 올 수 있다는 계산에서, 지지율 1위의 이 전 시장은 청문회가 과열돼 자칫 이전투구로 흐를 경우 예기치 않은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각각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전 대표 캠프의 한선교 대변인은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안강민 당 검증위원장이 최근 `제2의 김대업이 나오지 못하도록 당 검증위가 후보들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그런 만큼 청문회는 집단이 아니라 후보 개인, 개인을 상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경환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지는 않았으나 개별청문회가 집중도를 높이게 될 것으로 본다. 한꺼번에 여러 후보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하면 제한된 시간에 몇 개나 물어 보겠느냐"면서 "특히 검증할 게 많은 후보에 대해서는 시간제한 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우리는 검증에 관한 모든 문제를 당에 맡긴다는 입장"이라면서 "어제 검증위에서 청문회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는데 방식과 절차에 대해서도 잘 결정하리라고 본다. 당의 결정대로 따르겠다"고 말했다.
조해진 공보특보도 "당의 방침에 따르겠다"면서 "다만 구체적인 청문회 방식과 절차, 내용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프 핵심 관계자는 "청문회는 결국 우리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지 낙마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당이 후보를 검증하는 동시에 보호도 해야 하는 양면성이 있는 만큼 무조건 국무위원 검증 형식의 청문회를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한편 국민검증위는 당 홈페이지 '국민제보코너'를 통해 인터넷과 우편 등을 통해 검증 관련 제보를 접수, 6월13일로 예상되는 경선후보 등록일에 자료수집을 마친 뒤 사실확인 및 현장검증, 당사자 소명 등의 절차를 거쳐 검증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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