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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민주, ‘DJ 대통합 발언’에 불편

등록 2007-05-28 16:36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선에 불편함이 잔뜩 묻어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독일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최근 범여권 인사와의 연쇄면담을 통해 `범여권 대통합'을 강도 높게 주문하면서 민주당이 당론으로 내세운 `중도개혁세력 통합'과는 배치된다는 관측이 형성되면서 부터다.

민주당은 표면상으로는 김 전 대통령을 만난 열린우리당 인사들이 "`대통합 신당론'을 김 전 대통령이 지지하고 있다는 식으로 선전하고 있다"며 우리당에 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내심 못마땅해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

유종필 대변인은 "정치권이 김 전 대통령을 현실정치로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열린우리당의 여러 인사들이 DJ의 발언을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직 대통령에게 의존하는 정치를 해서는 미래로 나갈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핵심 당직자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상식선을 넘어섰다"며 "김 전 대통령이 원론적으로 범여권 통합을 주문한다고 하지만 최근의 발언을 보면 중도개혁세력 통합을 위한 민주당의 협상전략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광주지역 여론을 빌려 "광주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훈수정치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비판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의 분당비판 발언에 대해서도 진작 하지 왜 이제 와서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더라"고 전했다.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趙舜衡) 의원의 경우 정색을 하고 김 전 대통령이 정치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전직 대통령이 통합의 방법까지 제시하고 예시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으로 대단히 잘못됐다"며 "전직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국민정서를 봐서라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 "민주당은 당당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김 전 대통령에게 의존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독립해서 올바르게 나가야 한다"며 "잘못한게 없는 한 김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DJ의 차남인 김홍업 의원이 4.25 무안.신안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 공천을 받고 출마한 것과 최근 DJ의 발언을 연결시키며 "DJ가 해도 너무한다. 섭섭하다"는 감정섞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민주당은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도 홍업씨에게 공천을 주고 당선을 위해 노력했다"며 "김 전 대통령이 홍업씨를 민주당에 맡겨 놓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이런 저런 훈수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는 박상천(朴相千) 대표가 29일로 예정된 김 전 대통령 면담을 아예 비공개로 하고, DJ에게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 28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도개혁세력통합추진위 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의 말씀은 큰 줄기에서 민주당이 가는 길과 다를게 없다. 그러나 자칫하면 민주당 당론과 다르게 비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내일 김 전 대통령을 만나 민주당 당론의 구체적 내용과 배경을 말씀드리고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대통합과 어떻게 다른지, 또한 대통합으로는 대선승리가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중도개혁통합신당 김한길 대표의 예방을 받는데 이어 29일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대철(鄭大哲) 상임고문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져 범여권 통합의 방법론과 관련, 진전된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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