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27년 기념일인 18일 광주의 한 극장에서 5.18 광주를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 제작 발표회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한명숙 전 총리,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참석해 활짝 웃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1980년 5월 광주교도소에는 한명숙이 있었다. 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으로 구속되어 대법원 판결 대기 중에 광주로 이송되었다. 내 방에 다섯 발의 총알이 날아들었다. 함성과 총소리가 들렸다. 전쟁이 난 줄 알았다. 재소자들이 방 밖으로 나갈 수 없어서 밥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광주항쟁 기간인 10일내내 군대에서 나오는 건빵만을 먹으며 살았다.”
올해 광주 5·18에 가장 많은 정치적 영감을 받은 사람은 한명숙 전 총리였을 것이다. 그는 17일 낮 광주지역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몇 사람이 그에게 ‘5월의 누이’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5월 정신을 계승해 달라. 5월 광주 해방구를 이루어낸 정신은 나눔이었다. 주먹밥을 나눠먹고 헌혈을 하고, 어려운 이웃끼리 서로 나누면서 통합된 것이다.”
그는 이날 오후 전남대 평생교육원에서 ‘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일정으로 볼 때는 대선 예비주자의 강연 정치로 읽혔다. 그는 아니라고 했다.
“선거철이 돼서 많은 사람이 광주를 찾는다. 무엇인가 광주에서 시작해보려고 한다. 저는 표밭에 온 것이 아니다. 의례적인 자리가 아니다.”
그는 “범여권의 분열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보수 세력은 결집하고 있는데, 우리는 합쳐질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광주시민, 국민들은 다 준비되어 있는데, 그런데 우리 정치인이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나서 ‘진심’을 말했다.
“2007년 이 시점에서 5월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민주개혁세력의 대통합이다. 나누고 비워야 한다. 정치인들이 주도권 싸움을 하지말고 자신부터 비워야 한다. 5월의 누이 저 한명숙이 대통합의 밀알이 되겠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든 민주주의를 여기서 멈출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에서 ‘떠오르는 주자’다. 부드러운 인상의 여성이지만, 개혁성이 분명해 진보·개혁 세력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양쪽의 지원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 그가 먼저 ‘비우겠다’고 선언했다. 열린우리당의 광주시당위원장 지병문 의원은 “한 총리가 ‘필’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과연 그가 지지부진한 범여권 대통합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여권의 대선 레이스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광주/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과연 그가 지지부진한 범여권 대통합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여권의 대선 레이스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광주/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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