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사진 장철규기자 chang21@hani.co.kr
심상정 의원은 지난 7일 오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권영길·노회찬 의원의 노력으로 형성된 현재의 민주노동당은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강한 민주노동당으로 거듭날 때 대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고, 그 혁신을 주도할 유일한 후보가 저 심상정”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국내-한반도-국제협력을 세 축으로 한 ‘세 박자 경제론’으로 서민 경제를 살리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동아시아 경제협력체로 맞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는 진행순서 및 심 의원의 말을 최대한 그대로 살렸지만, 중복되는 말이나 주변 보충설명은 분량을 고려해 어느 정도 생략했음을 미리 밝힌다.)
1. 들어가며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권영길·노회찬 의원과 정책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정책을 각론으로 보면 차별성이 없어 보이는데, 그게 아니다. 대통령은 국가를 운영하는 책임자다. 대통령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현실과 시대적 요구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고, 그를 책임질 비전과 프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는 강력한 의지와 힘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이 이 시대를 위해 뭘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민주노동당에 부족한 점은 뭐고 책임있는 대안이 되려면 뭐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과 신념으로 보면 세 후보의 차이가 보인다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이 선진 대안정치 세력으로 평가받기 위한 ‘5대 필승과제’가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반드시 승리를 주도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 진보정당을 봐도, 신자유주의 공세로부터 서민의 삶을 확실히 책임지는 정당만이 집권할 수 있었다. 그런 강한 민주노동당이 돼야 한다. 두번째로 이 시대를 책임질 수 있는 비전과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현재 갖고 있는 대안정치세력으로서 진보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업그레이드해야 된다. 낙후된 시대 인식이나 구체화되지 못한 비전을 실제로 이 시대를 책임질 비전, 특히 경제와 평화에 있어 확고한 비전으로 바꿔야 하고, 당이 그 비전의 수행 주체가 돼야 한다.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다른 후보들과 차이가 크다.
정책이 페이퍼로는 수렴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경제와 평화의 의제와 비전을 세우는 과정은 내가 제기함으로써 다른 후보들도 정책 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되고, 실제로 정책 경쟁을 주도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진보정당의 당위성이 아니라 어떻게 먹여살리느냐라는 비전을 분명하게 세워야 된다.
지금 국민의 65%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찬성하고 있다. 그 중에서 체결 내용에 따라 찬반이 달라질 수 있는 비중은 15% 정도에 불과하다고 본다. 나머지 10%는 득을 보는 사람이고, 40%는 타결 내용과 상관없이 ‘대외의존도가 70%인 나라에서 어떻게 먹고 사느냐, 미국시장을 선점하지 않고 어떻게 사느냐’는 보수 세력의 신자유주의적 비전에 동화된 찬성표라고 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투쟁은 보수 대 진보의 총력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신자유주의 비전 말고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고 가고 서민을 어떻게 먹여살릴 거냐에 대한 비전을 확고하게 제시해야 보수와의 이데올로기 진검 승부가 가능하다는 게 제 생각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투쟁은 단순히 분야별 이해관계의 싸움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비전과 진보적 비전의 진검 승부가 될 때 승리를 전망할 수 있다. 국민들에게 저 길이 아니고 어떤 길로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자기 비전, 자기 확신과 구체화된 프로그램이 민주노동당에 있느냐에 대해 문제인식을 갖고 있다. 다른 후보들은 여기에 대해 문제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실제 대안 정치 세력으로서 민주노동당이 대안 사회, 보수가 제시하는 신자유주의 비전과 구별되는 대안을 갖추는 것이 진보진영 전체의 과제이고 이번 대선에서 이런 비전을 확고하게 제시해야 승리할 수 있다.
세번째로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비정규직은 일부 노동자의 이름이 아니다. 신자유주의가 낳은 절망의 자식이고 양극화의 얼굴이다. 민주노동당은 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과 설움을 온몸으로 껴안는 정당이 돼야 하고, 그럴 때만이 집권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 민주노총당이라는 비판을 극복하는 실천 방향이 바로 비정규직 정당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네번째, 민주노동당 집권을 위해 여성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으로 각인돼야 한다. 진정한 여성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 진보정당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이른바 민주 개혁세력의 집권 시기에 상층 여성의 벽은 많이 깨졌는데 땀흘려 일하는 다수 여성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고, 특히 노동권, 보육의 사회화는 진전이 더디다. 여성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남성들의 경우 정치적으로 상당히 많은 색칠이 덧씌워져 있는데 비해 여성들은 블루오션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땀흘려 일하는 보통 여성, 직장과 가정 양립에 고통받는 여성의 지지를 모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10만 당원이 주도하는 경선이 돼야 하고, 아래로부터의 진보대연합이 실현돼야 한다.
당위적으로 승리하는 게 아니라 승리할 수 있는 과제를 5개 이야기했다. 필승 5대 전략을 실현함으로써 민주노동당이 보다 강하고 실력있는 진보로 거듭나고, 그럴 때 대선승리를 주도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의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제가 주도함으로써 저의 승리가 곧 민주노동당의 승리다. 제 경선 전략은 바로 기존 민주노동당 10만 당원의 열정과 헌신을 무기로 해서 기존의 민주노동당의 낡은 인식과 비전, 낡은 구조와 관행의 과감한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다.
2. 한-미 자유무역협정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반대 여론이 더 높았다가 타결 뒤 찬성 여론이 더 높아졌다.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기야 하겠느냐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것 같다. 민주노동당은 반대하고 있지만 반대 여론이 더 높아지지 않는 것은 대안을 못내놓기 때문 아닌가. 또 반대의 동력이 부족한 것 아닌가.
=협정 타결 이후 찬성 여론이 높아지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정부가 정보를 차단한 채 일방적으로 가공된 내용으로 홍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지금까지의 여러 투쟁의 결과, 협상이 타결되고 나면 비준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경험적 패배의식이 깔려 있다. 세번째는 개방 성장주의로 집약되는 신자유주의 비전을 대체할 책임있는 비전이 제시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전격적으로 비준되지 않겠나.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안 비준을 목표로 하고 있고, 한나라당도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협정에 찬성할 것이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 첫번째로는 협정 타결의 진실이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가공한 내용과 진실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이를 정확하게 알리는 노력이 치열해야 한다. 두번째 신자유주의의 비전, 개방 성장전략에 맞서는 진보 진영의 비전을 책임있게 제시해야 한다. 세번째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전선은 과거 어떤 투쟁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천적인 근거를 갖고 광범위하게 결집돼 있다. 과거의 이데올로기적 결집이 아니라 삶에 근거를 둔, 실천적 근거를 둔 최대 결집력을 갖고 있다. 과거에 보지 못했던 환경, 교육, 건강권, 빈곤 문제 등의 이슈들이 광범위하게 제기돼있고, 그만큼 실천적 근거와 뿌리를 갖고 있다. 이 세 가지를 잘 종합해낸다면 협정 비준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러려면 두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하나는 국회를 중심으로 한 진실규명 및 대국민 홍보고, 또 하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본을 중심으로 한 대항쟁, 범국민적인 실천이다. 두 가지가 되고, 최소한 협정 찬성 여론을 50% 이하로 낮출 수만 있다면 비준을 저지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2008년 총선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50% 이하 지지에 머무는 (비준) 찬성은 무리다.
3. 세 박자 경제론
-서민에게 밥 먹여 주는 정치, 분배 중심 경제모델 극복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어떤 경제모델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하다. 권영길 대표도 성장을 이야기하고, 노회찬 의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게 혹시 민주노동당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타파하기 위한 것 아니냐.
=이번 대선의 화두는 경제와 평화다. 올해는 민주항쟁 20년, 외환위기 10년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은 와이에스 시절부터 시작된 자본의 자유화, 디제이 시절 아이엠에프 개혁에 이어 개방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 개방의 완성은 우리 사회가 나아갈 두 방향 중에 개발·개방 성장주의를 통한 승자 독식사회로 ‘굳히기’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해야 되는 것이다. 특히 민주개혁세력이 집권했던 10여년 기간동안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더는 기득권 정치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수 없다. 지금 한반도 해빙무드가 형성되고 있지만 이것이 곧바로 평화통일은 아니다. 해빙무드를 잘 활용해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평화의 길로 평화체제를 가져 가야 된다. 즉, 서민들 밥 먹여 주는 정치와 평화 체제를 굳히는 두 축이 시대적 요구다.
그런 점에서 전환기 대한민국 사회가 진보정치를 부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집권은 곧 냉전의 부활이고 기득권층의 희망이므로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서민 정치를 하라고 서민들이 뽑아준 노무현 정부는 결국 서민의 삶과 거꾸로 가는 정치를 했고, 신자유주의 정책의 적극적 추진자로서 역할을 했다. 이런 서민 배신정권, 실패한 정권은 책임져야 할 주체이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세력은 결코 아니다. 대한민국은 시대적 책임을 질 수 있는 강한 진보를 부르고 있다.
경제정책과 관련해 그동안 민주노동당은 종합적인 비전보다는 조세·재정정책 수준에 머물렀다. (나는) 분배를 통한 성장,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자체를 부인하는 게 아니라, 이를 지속가능한 발전의 전망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국민정책, 기업정책, 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외환정책이나 통화정책까지 종합한 서민 경제발전 전략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게 제 생각이다. 민주노동당은 분배를 통한 성장이라는 슬로건을 지속가능한 발전론, 국민경제 발전론으로 집대성하지 못했고, 그동안은 조세·재정정책에 한정해서 자기 정책을 냈다. ‘세 박자 경제론’에서 제시했듯 한국 경제를 서민이 다시 세우는 대안경제 체제를 다시 제출하겠다.
-서민경제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지. 한반도 평화경제론이나 동아시아 호혜경제론은 구도를 만들기 위해 짜맞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체계적인 방법론이 얼마나 가능할까 하는 문제제기도 가능하다.
=우선 경제발전 전망을 세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경제 주체다. 지금까지 한국 정치가 설정한 경제 주체는 오직 재벌과 대기업 뿐이었다. 그러나 중소기업, 노동자, 농민, 영세 자영업자, 실업자도 경제 주체다. 이들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발전 전략이 내가 말씀드리는 서민경제론이다. 반세기동안 재벌과 외국자본, 내가 ‘관벌’이라고 표현하는 관료집단 이 세 집단이 지배하던 경제를 노동자·농민·자영업자들이 다시 세우는 경제다.
가장 중요한 건 네 가지다. 첫째 서민금융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외국계 자본이 금융을 장악하면서 서민을 배제해왔다. 둘째 양극화를 주도하고 있는 투기적 자산의 재분배 방안이 (서민경제론에) 포함된다. 세번째는 전통적인 소득 재분배다. 부유세 또는 사회복지세·사회보장세라는 목적세를 신설하는 거다. 네번째는 재벌 개혁과 민주적인 기업 발전, 중소기업 발전이다. 다섯번째 미래 동력으로서의 산업정책이 포함된다.
서민 주체를 바로 세우는 경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분배 중심의 경제전략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이다. 또 이미 시장이 개방되고 글로벌화된 상태에서 일국적, 국내적 구상은 무의미하거나 불가능하다. 단순히 국내 서민경제-한반도-동아시아가 아니다. 특히 동아시아 호혜경제론은 서민경제론의 필수적인 한 쌍이 된다. 대외의존도가 70%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미국 경제 의존도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지디피가 성장하더라도 미국 경제 사정이나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거시경제의 변동성이 크다. 아무리 중소기업 육성하고 일자리 만들어서 잘 해도 ‘달러 패권’을 방어하기 위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고선 국내 경제발전 전략이 대단히 무의미한 상황이다. 엊그제도 에이엠에프 창설했다고 하는데, 동아시아 호혜경제론은 달러를 가장 많이 보유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달러 패권에 대한 공동방위 체제라는 측면이 있다. 또 하나는, 나는 동아시아가 머지 않은 시일 안에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런 성장하는 동아시아 국가간의 상호 호혜협력의 경제 협력 체제를 구축해 나갈 필요성과 가능성을 종합해서 동아시아 호혜 경제론을 제시하는 거다. 서민경제, 평화경제, 호혜경제는 한 쌍으로 움직일 때 제소리를 낼 수 있는 경제 비전이다.
국내에서 실천적으로 검증된 경제 전문가들이 대거 결합돼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위적인 얘기보다는 정책적 현실성과 타당성에 비중을 둔 정책이 제시될 거다. 평화경제론은 한반도 평화의 직접적인 중심축이 결국 북미 관계이므로 북미 관계에 의한 평화체제가 일정하게 전제된 속에서 어떻게 경제공동체를 지향해나갈 것이냐는 방안이다. 그런 전망과 과제 속에서 서민경제와 호혜경제론을 종합해내는 모델로 돼 있다.
-연대라는 건 상대방이 있고, 각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이 많을텐데 누구와 어떻게 연대가 가능할지.
=미국식 자유무역협정에 맞서는 동아시아 호혜 경제협력체를 갖추자는 건데, 동아시아 각국은 편차가 크고 정부의 성격도 다양하다. 동아시아 호혜 협력체를 이상적인 비전으로 제시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일차적으로 달러 패권의 방위체제는 동아시아 중심국가 공동의 과제기 때문에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고 보지만, 그것보다 조금 더 방어적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 기본적으론 소셜 아시아를 지향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지향해 온 이른바 대안 세계화 연대, 최소한도의 협력방안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동아시아 자유무역협정을 우선적으로 체결하고, 이것이 진전돼 아이티 표준 설정까지 나아간다면 결국 미국 표준에 대한 대응이 되지 않나. 적극적인 협력모델을 개발하고, 최소한 사회적 협약 체결하는 것이다. 최소한 이주노동자 인권이나 기본권을 보장한다든지 아동노동을 금지하고, 환경파괴를 막는다든지 등 낮은 수준의 사회협약이 될 수 있고, 호혜협력의 통상 협정, 달러 패권 공동 방위체제가 될 수 있다.
사회주의 정권이라는 이념적 동질성을 가진 남미 수준까지 가긴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달러 방어는 공동 이해니까 가능하고, 사회적 협약은 아래로부터 만들어낼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동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포기하고 미국식 모델로 통합하는 선택을 한 거니까 (동아시아 호혜 경제론과) 명확히 구별된다.
-동아시아 연대의 상대는 정부를 말하는 건지, 아니면 민주노동당과 뜻을 같이 하는 사회적 세력을 말하는 건지.
=정부간의 협약 뿐만 아니라 대안 세계화 정치·사회 세력의 연대는 시민사회, 또는 진보진영 안의 연대 단결이 포함된다. 아이티 표준 협약은 정부나 정부 지원 아래 기업간의 공동협력 모델도 될 수 있다. 다양한 수준이 있는, 정부와 민간 차원의 사회적 발전 전망이다. 정부와 민간 차원의.
-중국과 일본도 포함되나?
=당연하다. 실제 일본은 동아시아 전체에 그물망을 다 만들어놨다.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필요성을 말하면서 ‘멕시코-일본 자유무역협정 하니 멕시코 들어갈 진입장벽이 낮다. 필리핀-미국 에프티에이를 하니 필리핀 진입장벽이 낮다’고 하는데, 우리가 그런 걸 해야죠. 그런 건 다 일본에 선점당하고 일본은 하지도 않으려는 미국과 덜컥 체결하려는 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냐 반대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동쪽에선 얻을 게 없다. 서쪽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한편으론 미국 달러 패권을 방어하고, 또 한편으론 잠재적 위협세력인 중국을 동아시아에 묶고, 또 하나는 호혜협력을 한반도 평화경제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일본과 중국의 경제체제에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이 흡수될 수 있다. 또, 말씀하신 방법이 신자유주의적 자유무역협정 방식은 아니지만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하게 된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과 아세안, 일본과 아세안 사이의 자유무역협정을 보면 전략적 성격이 굉장히 강하다. 호혜협력의 내용이 많이 반영돼 있다. 우리로서도 한-중, 한-일 자유무역협정보단 아세안 + 3같은 틀로서 경제협력협정을 만들어낸다면 훨씬 더 호혜 협력의 성격을 강제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나 중국에 대해서도 그걸 가이드라인으로 해서 경제협력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아니냐. 다자간 구도 속에서 한미일 경제협력의 비전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아니냐.
-서민금융 체계를 확립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있는지.
=시중은행 8개 중 우리은행을 빼면 모두 외국자본이 소유했거나 대주주인 외국계 은행이다. 이 외국계 은행이 늘어나면서, 국내 경제의 혈맥으로서의 공공성이 낮아졌고, 신용대출이 축소됐다. 오로지 주주에게 배당을 많이 하기 위한 담보대출 위주의 영업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동산 투기의 불쏘시개가 됐고, 또 한편으론 750만에 가까운 금융 피해자들이 생겼다. 이들은 대부업 시장으로 내려갔다. 가계와 중소 상공인들의 서민경제 혈맥을 막아버린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건 우선 사회연대은행을 활성화하고 서민기금을 창설하는 것이다. 조족지혈이지만, 상호신용금고나 상호저축은행, 신협 등 서민금융기관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한다. 두번째로 내가 중시하는 건 서민 국책은행을 신설하는 것이다다. 여러 방법 고민 중인데 농협 신정분리와 우체국 묶는 방안이 있고, 뉴질랜드 모델이 있다. 서민 국책은행의 돈도 준비했다. 캠코에서 공적자금 회수된 돈으로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려고 하는데 그걸로 서민 국책은행을 만드는 거다. 다수의 생계자금 지원을 위해 저리로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세개 정도의 리딩 뱅크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은행 매각 문제도 외국자본에 넘어가지 않게, 국책은행 상태를 좀더 지속하고 역할도 조정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기업은행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역할을 재정립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투자은행적 성격으로 한반도 평화은행 설립방안도 제시할 것이다.
-말씀하신 부분은 정부의 금융 정책과 정반대되는 방향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정반대다.
-국민은행이나 평화은행도 크게 성공하지 못했는데.
=현재 신자유주의 정권 체제 안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민주노동당이 이렇게 하겠다는 거다. 2004년 대부업법을 일관되게 제기했을 때 국회에서 다른 정당들은 주목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비록 용두사미가 되긴 했지만 서민들 고금리 피해가 알려졌고, 정부도 (이 문제를) 이 상태로 방치하면 안될 큰 화약고로 생각하게 됐다.
-기존 은행들도 공공성을 강화하라는 뜻인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이유가 시중 외국계은행을 정부가 규제할 정책수단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협정이 체결되면 규제 자체가 불가능한 국면이다. 저는 금융감독기구의 개편과 철저한 금융감독의 내용까지 포함해서 기존 외국계 은행 (공공성 강화)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이다. 당장 급한 서민의 돈줄을 틔어주면서 더 나아가 은행 체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개선·개혁 조치를 밀고 나갈 생각이다.
4. 자산 재분배
-소득 재분배와 자산 재분배 두 가지를 말씀하셨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했는데 어떤 다른 형태로 재분배를 추진할 것인지.
=노무현 정부가 했던 세제 대책은 사후적 대책이었다. 소득 재분배 이상의 효과를 내기 어려웠다. 투기적 자산의 대표적인 게 토지 아니냐. 토지는 철저히 공개념 차원에서 접근이 돼야 된다. 우리나라처럼 사유지의 57%를 1%의 국민이 가진 나라에선 소유문제를 건드리지 않고선 사후대책인 세제만으로 한계가 있다. 싱가포르도 그렇고 토지 공개념을 제도화한 나라도 많다. 특정한 이념적 지향이 아니라도 이 문제는 대한민국의 투기적 토지 소유 실태를 놓고 봐도 충분히 접근 가능한 방안이다. 최소한 1차적으로 국유지를 넓히고, 주거용 토지를 공유화하는 적극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산 재분배 방안의 하나로 토지의 편중소유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토지 공개념 차원에서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5. 강한 민주노동당
-강한 민주노동당론을 주장하고 있는데,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무엇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는지 말해달라.
=민주노동당이 서민·대안·정책 세력으로 선택받지 못한 것은 서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당으로 다가가지 못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대안정당이다. 진보정당이다. 보수 정치를 재해석하는 것에 머무르는 기존 야당과는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고 나갈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분명히 제시돼야 하고, 힘이 약하더라도 국민들이 그 비전을 보고 힘을 모아 나가는 것인데, 그런 철학과 비전이 부족하다.
민생을 보호하는 데 좀더 전면적이고 치열한 자세를 가져야 된다.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해 민생사업을 많이 했지만, 실제로 다수 비정규직 문제나 주택 문제, 교육 문제, 서민들의 소박한 꿈, 희망을 함께 만들어가는 측면에서 민생사업을 좀더 전면화하고 치열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서민 대중과 함께 미래를 만드는 세력이라는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네 가지 비판이 있다. 운동권 정당, 민주노총당, 친북당, 정파구도에 갇힌 정당 아니냐는 것이다. 강한 민주노동당은 결국 이 네가지 비판을 발전적으로 극복하는 거다. 대안정당으로서의 확고한 비전, 서민정당으로서의 헌신과 신뢰, 비정규직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경제와 평화에 대한 책임있는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단순히 북한의 친소 문제로 폄하되는 게 아니라 평화 책임 세력으로 각인돼야 한다. 정파 정당 문제도 결국 시대를 책임질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선도하는 정파 경쟁으로 풀어야 한다. 진보정당에서 의견 그룹의 존재는 필수적이라고 본다. 다만 의견그룹의 존재 이유는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선도하는 것인데, 이번 대선 과정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비전과 프로그램을 주도함으로써 정파들도 스스로 내용을 선도하는 정파로 거듭날 환경을 만들어내겠다는 거다.
6. 대선 구도와 당내 경선 전망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검증하겠다고 했는데, 범여권 후보 아직 없지만 왜 이들만 검증하겠다고 하는 건가. 이는 자칫 대선 구도를 한나라당대 비한나라당 구도로 만들어 오히려 민주노동당이 불리해지는 건 아닌가.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즉 통합신당 구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른바 반한나라당 비판적 지지 움직임은 노무현 정권으로 끝났다. 반한나라당 전선은 비판적 지를지 기대하는 모양인데 노무현 정권의 실패로 역사적 시효가 끝났다. 범여권 통합은 불가능해졌다. 이미 실패한 정치세력이, 실패에 대한 책임도 규명하지 않고 새로운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채, 다만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이합집산을 계속할 것이다. 2008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들에게선 수구보수 세력에 맞설 수 있는 그 어떤 비전과 의지도 실종됐다. 현실은 다자간 구도가 되겠지만 실제 비전과 정치노선을 중심으로 한 대결은 한나라당 대 민주노동당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전 시장은 개발·개방 성장주의로 승자독식 사회를 비전으로 제시하는데, 저는 서민 주체 경제론으로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 비전에 있어 호적수가 될 것으로 본다. 박근혜 전 대표는 대한민국의 과거를 대표하는 기득권 정치의 대표주자고, 저는 다수 서민을 대변하는 미래 정치 후보로서 맞수가 될 것으로 본다.
-심상정이라는 이름을 들을 때 여성이라는 이미지보단 진보라는 이미지가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의정활동에서도 경제나 재벌개혁에 관심을 보였지, 여성 정책에 강한 목소리 보인 적은 기억에 별로 남지 않는다. 여성 후보라는 게 어떤 의미와 장단점이 있다고 보는가.
=여성에 대한 이미지, 여성 정치에 대한 인식이 과거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 따뜻함이나 포용력, 모성정치 리더십으로 등치시켜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21세기 여성 리더십은 그것을 뛰어넘는 것이어야 한다. 기존의 돈 정치, 연고정치와 단호히 단절하는 깨끗하고 당당한 리더십이어야 한다. 생활상의 문제를 국가 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생활 정치 리더십이어야 하고 환경, 평화, 인권을 구현해야 한다. 여성 정책을 넘어 국가 운영의 철학과 비전으로서 여성 리더십이 필요하다.
여성 정책엔 특별히 여성 분야를 담당하지 않아 많이 접근하지 못했지만, 민주노동당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강령에서 여성정당을 명문화하고 있다. 어느 정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의결과 집행부 구조에 여성 할당이 잘 정착돼있는 여성주의 정당이다. 또 민주노동당을 여성주의 정당으로 만드는 데 내가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보통 여성들의 설움과 차별, 고통이 확대되는 만큼 대선을 계기로 민주노동당의 여성 주자로서 땀흘려 일하는 보통 여성들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과 비전을 과감하게 제시할 생각이다.
-권영길·노회찬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큰 틀에선 정책적 차이도 별로 없어 보인다. 왜 지금 심상정이 민주노동당 후보가 돼야 하는가.
=대통령 후보는 세부 정책이 아니라 이 시대를 책임질 철학과 시대를 읽는 비전과 능력을 갖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앞으로 경선에서 민주노동당 세 후보의 차별성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 두 분 모두 훌륭하고 인지도도 저보다 앞서 있지만, 인지도는 것은 과거에 형성된 것이다. 그 분들의 노력으로 형성된 현재의 민주노동당은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강한 민주노동당으로 거듭날 때 대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고, 그 혁신을 주도할 유일한 후보가 저 심상정이다. 심상정의 승리, 훌륭한 두 분 딛고 일어서는 정도의 과감한 변화가 있을 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두 후보에 비해 대중적 흡인력이 낮다는 평가도 있다.
=당 안팎의 스킨십이 그동안 부족했고, 대중 정치인으로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짧은 (정치) 경력에 비하면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앞서는 것이다.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흡인력은 인지도와 연관있고, 짧은 시간과 관련돼 있으므로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국민들과 친화력을 높이기 위한 집중적인 프로그램을 가질 생각이다.
권태호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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