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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한나라 돈공천·성추행에도 끄떡없는 지지율

등록 2006-05-05 18:48수정 2006-05-06 11:53

‘부패보다 무능 더 못참아’ 반사이익
40% 안팎 나와 박근혜 대표도 “진짜냐” 놀라
악재에 지지층 결집·집권당 ‘무능’ 혐오 분석

“돈공천하고 성추행해도 지지율은 끄떡없는 정당, 이게 마술정치가 아니고 무엇인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잇단 추문과 부패 사건에도 한나라당이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최근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고 받으며 “이게 진짜 맞아요?”라고 말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율은 지난 2월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직후 한때 30.6%(2월27일, 중앙리서치)까지 떨어졌다가, 3월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논란 속에서도 상승세를 탔다. 지난 4월12일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공천 헌금 의혹이 터진 뒤에는 오히려 45%(4월27일, 리얼미터)까지 치솟았다. 한나라당 자체 조사로는 48%까지 나왔다고 한다. 전문가, 유권자, 정치인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 보았다.

“선수가 반칙했다고 아드보카트 자르나?”=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정창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의 한나라당 공천 비리는 지난 대선 때의 ‘차떼기’에 비해서는 충격이 약하다”며 “유권자들이 이를 의원들 개개인의 비리로 생각하지, 한나라당 집단의 비리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열린우리당 중진 의원의 보좌관은 “축구 국가대표가 반칙을 했다고 해서 아드보카트 감독을 문책하는 것이 옳으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자정 노력도 ‘한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김덕룡 의원처럼 박근혜 대표의 최측근에 대해, 한나라당이 자진해서 수사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고, 유권자들은 더더욱 ‘개별적인 비리’로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선애(27·서울 옥수동)씨는 “한나라당에서 성추문이 잇따르고 있지만 당 대표가 여성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성추행당’이라는 등식이 선뜻 성립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미 ‘명품 정당’”=김재원 한나라당 기획위원장은 “정치도 상품화된 시대에서 국민들의 주요 선택기준은 정당 지도자들의 면면”이라며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오세훈 등을 보유한 한나라당은 국민들에게 이미 ‘명품 정당’으로 인식돼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장관 등이 이미지를 망쳐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명품 공장에서는 불량품이 발생하면 즉시 리콜(수사 의뢰)하고 사과하면 되지만, 불량품 공장에 강금실 전 장관 같은 명품을 데려온다고 공장 전체가 뜨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악재가 터지면 지지층은 더 뭉친다=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플러스의 임상렬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 표는 강하게 결집돼 있고, 반복적인 학습효과로 강하게 각성돼 있다”고 말했다. 대선에서 연거푸 진 한나라당 지지층이 최근의 악재 속에서 “세 번 질 수는 없다”며 똘똘 뭉치고 있다는 것이다.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이명박 시장의 ‘별장 파티’ 논란이나 박계동 의원의 술집 동영상 파문을 언급하며, “여권과 언론이 인위적으로 분노를 조직화하려는 게 보이면 지지자들은 거꾸로 결집한다”고 말했다.

“‘부패’도 못 참지만, ‘무능’은 더 못 참아”=정창교 연구위원은 “국민들에게 한나라당은 ‘부패’ 이미지라면, 열린우리당은 ‘무능하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나라당의 비리가 잇따라도 ‘그래도 무능한 열린우리당보다는 한나라당이 낫다’는 여론이 돌면서, 한나라당이 ‘역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한나라당을 절대 안 찍겠다는 층보다 열린우리당을 절대 안 찍겠다는 층이 더 두텁다”며 “노무현 정권 3년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가 그만큼 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근혜 대표나 이명박 시장, 오세훈 후보와 관련해 직접적이고 충격적인 비리가 터지지 않는 한, 현재의 한나라당의 지지율 추이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희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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