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러 가던중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현장] 강금실 ‘보랏빛 정치’ 꿈꾸며 서울시장에 출마하다
지지자와 취재진으로 북새통…“다시 시작하는 설렘 나누고 싶다”
지지자와 취재진으로 북새통…“다시 시작하는 설렘 나누고 싶다”
4월5일 오후 1시28분. 전직 법무장관 강금실 변호사가 서울시청과 서울광장 바로 앞인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섰다. 강금실 변호사는 연보라색 투피스 차림에 보라색 스카프를 목에 둘렀다. 눈 화장도 밝은 보라색이었다. 김영춘 선대위원장과 오영식 대변인, 지지자들과 함께 강 전 장관이 도착하자 100여명이 넘는 카메라기자들의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강 전 장관은 가볍게 손을 흔들고, 기자들을 향해 “너무 많이 찍지 마세요”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강 전 장관은 기자회견이 예정된 정동극장까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200여 미터를 기자들에게 에워 싸인 채 10여분을 걸었다. 정동극장까지 이동하는 행렬은 지지자들과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인기연예인을 방불케 하는 행렬이었다. 정동극장에 도착하자 인터넷 지지모임인 ‘강사랑(cafe.daum.net/kangkumsil)’ 소속 회원 10여명이 강 전 장관을 반갑게 맞았다. 강사랑은 “강샘 힘내세요. 강사랑이 함께 합니다”는 펼침천을 들고, “강샘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강사랑 회원들은 강 전 장관의 상징으로 내건 보라색 아이리스 한 송이를 건넸다. 강사랑은 “강금실을 인간적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로 정치적 의미보다는 국민들 곁으로 돌아온 것을 축하하려고 나왔다”고 밝혔다.
보랏빛의 향연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
“다시 시작하는 설렘을 함께. 그러나 열린우리당 예비후보일 뿐” 출마선언식은 화려한 보랏빛의 물결이었다. 출마선언식이 열린 정동극장의 350여 객석은 기자들과 지지자들로 꽉 찼다. 정면에는 보라색과 하얀색 천이 드리웠고, 보라색 아이리스 꽃병이 무대 중앙에 자리잡았다. 무대위 하얀 펼침막에는 보라색 글씨가 선명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잠시 뒤 펼침천의 글씨는 “서울, 강금실”로 바뀌었다.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정동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기자회견장인 정동극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김영춘 선대위원장은 “강 전 장관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보라색과 하얀색이고, 좋아하는 꽃은 아이리스”라며 “품위와 탈정치, 아이리스의 꽃말인 ‘기쁜 소식’과 ‘사랑’을 상징하는 것으로 강 전 장관이 직접 골랐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부터 강사랑 회원들은 “강금실 파이팅. 강샘 사랑합니다”를 연호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한 지지자는 느닷없이 “너무 예쁘다”고 고함을 질러 극장 안에 한바탕 폭소가 터졌다. 회견은 2시에 시작됐다. 사회는 오영식 선대위 대변인이 맡았다. 마이크를 잡은 강 전 장관의 첫마디는 부드럽고 밝았다. “처음 봄을 맞는 것처럼 하늘도 파랗고 빛도 밝고 따뜻했다. 오는 길에 벚꽃과 개나리도 활짝 피었다. 항상 맞는 봄이지만 맞을 때마다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새롭다. 저도 제 인생에서 다시 중요한 시작을 하려고 한다. 그 설렘을 함께 나누고 싶다.” 강 전 장관은 “제가 지금 서울시장 후보가 아니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면 예비후보에 불과하다”며 “예비후보다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차츰 구체적인 디자인과 설계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오늘은 왜 서울시장에 나서게 됐는지, 저의 정치철학, 시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한 기본 생각만 말씀드리겠다”고 준비해온 자료를 읽었다. ‘강금실의 정치’ 키워드는 “진정성, 시민주체성, 포용성” “경계허물기를 통해 서울을 바꾸어 나갑시다”라는 기자회견문에는 강 전 장관의 정치적 소신과 포부, 선거에 임하는 자세가 엿보였다. 강금실의 정치는 진정성, 시민주체성, 포용성으로 압축되었다. “사적 영역은 물론 공적 영역에서도 진실이 통용되어야 하는 진정성, 사회의 주인인 시민이 행정이나 정치의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나설 수 있는 시민주체성, 서로 입장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상대방을 거부하기보다는 공통점을 찾는 포용성, 이 세 가지 기본 요수가 불행히도 한국의 정치공간에서 실종되어 있습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강 전 장관은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정치를 당장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고도 요원한 일이 아닌가 체념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다행히도, 많은 사람들의 내면에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한 것을 확인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고 정치인으로 입문한 이유를 밝혔다. 강금실이 말하는 서울시장 “경계를 허무는 ‘빛의 전사’”
“선거과정에서 시민과 함께 ‘창조적인 실험’할 것” 강금실이 말하는 서울시장은 “‘경계 허물기’를 통해 가슴 아픈 이웃들에게 따스한 빛을 전달하는 ‘빛의 전사’”다. “우리 모두 경제적, 사회적, 지역적 문화적인 차이를 막론하고 서로 이해와 소통을 가로막는 모든 경계를 허물었으면 합니다. ‘경계 허물기’ 야말로 더 좋은 서울,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절실히 요구 되는 출발점입니다.” 강 전 장관은 “제가 되고자 하는 서울시장의 모습은 진실한 마음으로 시민들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시민들이 동참하는 시정을 여는 사람”이라며 “서울의 어두운 곳에서 더 소외되고, 삶에 지쳐 의욕을 잃어버린 수많은 가슴 아픈 이웃들에게 따스한 빛을 전달하고 나아가 양지로 돌아오게 하는 ‘빛의 전사’”라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진정성, 시민주체성, 포용성을 지키겠다”며 “그릇된 방법을 통해 선거의 목표인 승리를 얻으려는 시도는 일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전 장관은 “(선거에 나서는 것은) 미력한 제가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바라는 어렵고 ‘창조적인 실험’을 하려는 것”이라며 “선거기간 동안 시민들과 함께 생각을 바꾸고, 방식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새롭고, 어렵지만 아름다운 실험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문 낭독이 끝나자 극장 안에는 큰 박수가 터졌다. “딱딱한 빵보다는 발랄한 생크림 정치를” 강 전 장관의 출마를 바라보는 지지자들의 기대는 남달랐다. 강사랑 회원인 박철훈(46·송파구 잠실동)씨는 “강 전 장관이 어려운 검찰개혁을 이끌 때부터 지지하게 되었다”며 “빵을 굽는 것에 (정치를) 비교한다면 딱딱하고 거친 소보로빵보다 생크림처럼 맛있고 발랄한 빵을 구워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강사랑 회원 사이에 끼어 “촉촉, 달콤, 톰톰하게”라는 손팻말을 들고 흔들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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