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왼쪽 둘째)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석열계 의원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혁신안을 30일 공식 의결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혁신위에 전권을 준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면, 저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요구했다. 김기현 대표는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려는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당사에서 혁신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부터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 등 희생의 자세를 보일 것’을 혁신안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지난 3일 이런 내용을 ‘권고’했으나 당사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거부해왔다. 이날 혁신위가 정식으로 의결한 ‘6호 혁신안’은 12월4일 또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저 자신부터 희생하겠다. 이번 총선에서 서대문 지역구를 비롯한 일체의 선출직 출마를 포기하겠다”며 “(그 대신) 저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요구했다. 혁신위원들도 몰랐던 인 위원장의 ‘깜짝 제안’이었다. 공관위원장은 정당이 총선에 내보낼 후보자를 추리는 공천 작업의 책임자로, 총선에 나서려는 이들에겐 ‘생살여탈권’과 다름없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인 위원장은 이날 저녁 추가로 입장문을 내어 “책임 있는 분들의 우선적 희생을 요구하는 안건마저 공관위로 넘길 경우 국민은 혁신위를 ‘김기현 대표 체제의 위기 타개용 대국민 눈속임’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혁신위의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면 공관위원장을 요청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인 위원장이 못박은 답변 시한은 12월4일이지만, 김기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답변을 반복하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지도부의 다른 의원도 “혁신위와 공관위는 전혀 다른 것인데, 뜬금없는 요구에 당황스럽다. 혁신위가 자책골을 넣고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같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공식적으로 12월24일까지인 혁신위의 활동기한과 관련해 오신환 혁신위원은 “조기 해산은 저희가 결론 내린 바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혁신위가 추가로 혁신안을 발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른 혁신위원은 “의미 없이 임기를 채울 필요는 없지 않으냐”며 “더는 혁신안을 낼 게 없다면, 자연스럽게 역할을 끝내는 게 맞다는 의견에 혁신위원 모두 동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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