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오른쪽)이 지난 4일 부산 경성대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이언주 전 의원이 연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말을 하며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자신을 만나러 부산을 찾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의 만남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인 위원장이 모르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론조사를 통해 누구에게 (패배) 책임이 있느냐가 조사됐고, 상당히 큰 (응답률) 격차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데, 그걸 여당 혁신위원장이 지금까지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전날(4일) 부산 경성대에서 이언주 전 의원과 함께 연 토크콘서트를 언급하며 “제가 어제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우리 중에 하나가 되어달라’고 했던 말은 대통령에 대해 할 말을 할 것을 기대하는 국민들과 한 편이 되어달라는 얘기였다”고 강조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전날 부산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행사에 이 전 대표 쪽과 사전 협의 없이 깜짝 방문했다. 이 전 대표는 행사장 맨 앞줄에 앉은 인 위원장을 향해 그의 영어 이름(존 올더먼 린튼)을 가리키는 “미스터 린튼”(Mr. Linton)이라고 인사한 뒤 영어로 “당신은 이 자리에 오기 위한 전제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당신과 그다지 나눌 이야기가 없다”고 인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거절의 뜻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어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내가 환자인가? 이 자리에 의사로 온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그는 도움이 필요하니 당신은 그와 대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다. 이 전 대표의 ‘진짜 환자’ 발언은, 국민의힘의 혁신 과제인 ‘수직적 당정 관계’의 책임이 큰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가) 당이 싫어 투표를 안 한 것이었다고 진단하는 거라면 저는 ‘오진’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고도 했다. 인 위원장은 한 시간 반가량 토크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자리를 지켰지만, 이 전 대표와 별도의 만남 없이 행사장을 떠났다.
한편, 국민의힘 혁신위는 오는 9일 청년·여성 등 ‘다양성'을 열쇳말로 한 ‘3호 혁신안' 발표에 앞서 7∼8일께 대구를 방문해 지역 청년들과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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