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18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국회 소통관에서 합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지 일주일도 안 된 국민의힘이 연일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일부 당 지도부는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의 갈등을 계기로 ‘이준석 때리기’에 가세하며 확전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 윤리위원회에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징계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지난 14일부터 이 전 대표의 제명 징계 관련 온라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안 의원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에서 불거졌던 자신의 ‘욕설 논란’을 이 전 대표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하며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선거 패배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있다며 문제를 삼고 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의 징계 요청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아픈 사람을 상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안 의원이 비정상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두 사람의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자 장예찬 최고위원은 17일 비비에스(BBS) 라디오에서 “안 의원처럼 강서에 와서 헌신하고 고생한 분을 조롱하고 놀리는 게 말이 되느냐. 정치적인 논법을 이야기하기 전에 안철수라는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가 아니다”라며 안 의원을 거들고 나섰다. 또 “저는 정치인이 되기 전에 인간이 먼저 되라는 많은 요구를 우리 당원들이 이 전 대표에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 전 대표를 직격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본인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길 원한다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아픈 사람과 상대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런 방식의 소통은 오로지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의 얘기는 끊어버리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대통령실이 오류를 인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마찬가지로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가 갖고 있는 정치적 오류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며 “그런데 이 전 대표는 단 한 번도 본인에 대한 정치적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싸움의 발단이 어떻든, 경위가 어떻든, 누가 더 잘못하고를 떠나서 초상집에서 상주들끼리 싸우면 어떡하느냐”며 “둘 다 이제 제발 그만 싸워라”라고 꼬집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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