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9월18일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환송나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용산(대통령실) 차출설’ ‘TK(대구·경북) 물갈이설’ ‘PK(부산·울산·경남) 총력설’ 등 잇단 소문들로 들썩이고 있다. 총선 때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여의도발 ‘설’들이지만, 검사 출신으로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윤석열 대통령이 당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당 지도부와의 교감 아래 측근들을 대거 공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원들이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여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소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용산 차출설’·‘용산 낙하산 공천설’이다.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이 대거 총선에 뛰어들 수 있다는 내용인데, 대통령실 출마 희망자가 행정관급까지 범위를 넓히면 30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9월22일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용산 차출설이라는 게 무슨 뜻인가. 용어의 개념을 모르겠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든지 피선거권을 가지고 있으며,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그 사람이 용산에서 나왔건, 대구에서 나왔든, 광주에서 나왔든 상관없이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이철규 사무총장도 9월14일 소속 의원들에게 ‘당과 대통령실 사이에 총선 관련 명단을 주고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당이 내년 총선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 차출을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진화에도 국민의힘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경북 지역 현역 의원 물갈이설’, ‘부산·울산·경남 지역 중진 차출설’ 등이 ‘용산 차출설’과 맞물리면서, 해당 지역 의원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영남지역의 한 의원은 “지금 당과 용산의 관계를 생각해봐라. 대통령실에서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을 호남 등 험지에 보내겠는가. 수도권 또는 영남에 보내거나 경선을 붙일 텐데, 결국 현역 의원과 자리다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총선 때만 되면 나오는 군불때기용 소문들”이라면서도 “용산에서 차출한 사람들을 죄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꽃밭’에만 보내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오히려 험지에 보내야 한다”고 경계했다.
이에 더해 국민의힘이 조정훈 의원이 대표로 있던 시대전환을 흡수합당하고, 문재인 정부 및 더불어민주당 출신 야권 인사들을 영입하는 등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도 당 내부 동요를 가중하는 요소다.
또다른 초선 의원은 “조정훈 의원은 당적을 4번이나 바꾼 사람”이라며 “지도부가 그를 1호 인재로 영입했다. 마포갑 출마를 선언한 조 의원 영입으로, 해당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 온 현역 의원 두 명을 적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했다. 현재 국민의힘 서울 마포갑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의원은 최승재·이용호·조정훈 등 세 명이다.
한편, 내년 총선에서 당 지도부나 유력 인사들이 자진해서 험지에 출마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9월25일 시비에스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힘 있는 분들이 좀 어려운 곳을 와주는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국민의힘 스타들이 영남이 아니라 수도권으로 가겠다는 분들이 나오면 좋겠는데, 새 인물들도 어떻게든 좋은 데를 찾아가더라. 그런 부분은 좀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혁신 공천을 하려면, 윤핵관이나 당 지도부가 모두 꽃밭이 아닌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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