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리만 이렇게….” “병아리 키우는 사람도 불만 많습니다.” “닭은요?”
지난 6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소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결산심사에서 때 아닌 ‘오리 편애 논란’이 벌어졌다.
발단은 국회 전문위원이 농식품부 ‘오리고기 민간 자율비축 지원 사업’과 관련해 “(다른 융자사업에 견줘) 이자율이 낮게 책정돼 있다”고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 사업은 농식품부가 오리 농가의 오리고기 냉동 비축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연 30억원 한도로 최대 2년간 1% 이자율이 적용된다. 방역 실태 평가 결과에 따라 ‘가’ ‘나’ 등급 사업자에게는 0%대 이자율이 적용된다. 농식품부의 다른 유통 관련 융자사업은 이자율이 연 1.5∼3%라고 한다.
이에 송언석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가 “왜 오리만 이렇게 (지원하느냐)”라고 묻자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오리가 겨울에 조류인플루엔자(AI)에 취약해 (농식품부가) 겨울에는 오리를 키우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축하는 비용을 저희가 싸게 대주고 있다. 농가가 손해 보는 부분을 메워둔다는 차원에서 저리로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달곤 민주당 예결위 결산소위원은 “종목에 따라 사정은 다르겠습니다만 병아리 키우는 사람들도 불만이 많다. 전염병으로 (병아리가) 전멸하지 않나. 그런 불만도 잘 담아볼 필요가 있다. (병아리 농가에) 혼이 많이 났다”고 토로했다. ‘닭은 왜 지원해주지 않느냐’는 질의도 나왔다.
그러나 오리 농가에 있어, 조류인플루엔자 매개체인 철새가 몰려드는 겨울철은 다른 농가보다 좀 더 ‘고난의 계절’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한국가금질병연구회장을 지낸 수의사 출신 송치용 정의당 부대표는 한겨레에 “닭은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리면 2~3일 안에 폐사가 나온다. 그런데 오리는 저항성이 강해서 (감염돼도) 표가 잘 안 난다”며 “바이러스를 배출하고 있어도 표시가 안 나니까, 이동 차량이나 사람들한테 바이러스를 묻혀서 다른 농장으로 전파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겨울철 (오리 농가가) 휴지기를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닭 농가보다 오리 농가가 영세하다는 점도 농식품부가 저리 자금지원을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송 부대표는 “오리는 닭보다 병에 강하고 키우기가 쉽다 보니 영세한 농가들이 오리를 많이 키운다. 육계나 산란계는 시설 투자가 많이 들어가고, 오리보다 관리를 더 요구하기 때문에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비닐하우스 축사에서 오리를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방역에 어려움이 있어 (전문가들은) 겨울철 휴지기를 권장하곤 했다”고 말했다. 축사 바닥에 까는 왕겨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사람이나 도구에 의해 바이러스가 유입되곤 한다는 점도 겨울철 오리 사육을 자제시키는 배경이다.
한 차관도 “닭보다 오리가 훨씬 조류인플루엔자에 취약하고 숙주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차관은 국회 지적에 따라 “내년 예산엔 0%, 1%, 1.5% 등 조금 더 단계를 구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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