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육사)가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전쟁 영웅 5명의 흉상을 철거하려는 것을 두고 야당이 거세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독립운동 역사 지우기에 나섰다며 이번 결정에 대통령실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군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독립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우는 반역사적·반민족적 폭거”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나서서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운동가 흉상 이전 계획을 취소시키기 바란다”며 “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인 국방부 장관에게는 반드시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는 얼빠진 폭주를 당장 멈추라”며 “편협한 이념으로 만사를 재단하려는 위험한 폭주로 국가와 역사를 어디까지 망가뜨리려 하는가”라고 말했다.
야당은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관련 이력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의원은 시비에스(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홍 장군이 60세가 돼 연금을 받기 위해 (공산당에 가입했기 때문에) 생활상의 부득이한 이유가 있었다”며 “공산당에 가입해서 계엄령이라든가 공산당 활동에 관여했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흉상 철거 움직임의 배경에 국방부보다 ‘윗선’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육군 대장 출신 김병주 의원은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실에서 위기관리센터장을 하던 사람이 지난해 말 육사 교장으로 가자마자 조형물을 재정비하는 티에프(TF)를 만들었다고 한다”며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에서 질의했을 때 예상 질의도 안 줬는데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너무 잘 알고 대답한 걸 보니 국방부, 보훈부 다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껴 온 여당은 야당의 비판에 대해 “민주당식 선전선동”이라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흉상) 철거가 아니라 독립기념관 이전으로 안다”며 “이걸 가지고 저열한 역사 인식이라고 하는 건 민주당식 선전선동”이라고 했다. 이어 “홍범도 장군은 봉오동 전투에서 대승을 이끈 독립전쟁 영웅이면서, 또 한편으론 자유시 사변 등 여러 논란도 있는 분”이라며 “국방부가 육사와 함께 국민적 여론을 감안해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도 흉상 철거가 ‘과유불급’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공산주의니까 (흉상 철거가) 안 된다 그러면, 공산주의자에게 서훈했던 박정희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홍범도 장군은 1943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적어도 한반도 내에 있었던 공산주의의 악행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서 “과유불급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는 대한민국 해군에 홍범도함을 만들기도 했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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