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노란봉투법’ 부의 여부 토론 중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상대로 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고, 간접고용 노동자의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국민의힘은 이 법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표결을 최대한 막겠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30일,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찬성 178표, 반대 4표, 무효 2표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안 본회의 부의건’을 가결했다. 향후 본회의에서 안건 상정과 표결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야는 표결에 앞서 찬반 토론에서 강하게 맞붙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은 “진짜 사장과의 교섭을 통해 우리 산업 현장에 만연해 있는 원·하청 간 이중 구조와 불평등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일명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며,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조항이 “피해자(기업)가 아니라 가해자(노동자)를 보호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여야 의원들 사이에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 중앙홀 계단에서 열린 국민의힘 ‘입법폭주 의회독재 민주당 규탄 대회’에서, 이 법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필리버스터를 하겠다. 그래도 막을 수 없다면 마지막 수단까지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본회의 처리를 최대한 지연하는 한편,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필리버스터를 준비하는 대신, 법안이 합의·통과할 수 있는 방안으로 수정 의견을 주시면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해, 향후 여야 협의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날 본회의에선 ‘이태원 참사 특별법’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안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채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신속처리안건 지정은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4당이 합의한 사항이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방청한 가운데 지정안은 찬성 184표, 반대 1표로 처리됐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 법제사법위원회 의결 없이 180일 뒤에 본회의에 부의하고, 이후 6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야당은 최소 6개월 동안 오염수 방류 보류 등 7대 제안을 담은 ‘후쿠시마 결의안’도 찬성 171표, 반대 1표로 통과시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국민의힘 ‘입법폭주 의회독재 민주당 규탄 대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청문회 관련 양당 합의는 파기된 것”이라며 “(민주당은) 더이상 청문회 주장을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본회의에 앞서 민주당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불법 정치감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정조사 범위엔 전 전 위원장 감사 결과 시행 과정에서 주심 조은석 감사위원이 감사보고서를 ‘열람 결재’를 한 것처럼 전산상 조작한 내용도 포함됐다. 국정조사 요구서가 보고되면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조사를 실시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후 특위가 제출한 계획서가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국정조사가 개시된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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