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일하는 청년들의 내일을 위한 두 번째 이야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두 차례나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개편방안)과 관련해, 당정이 입법예고 기간을 하루 앞둔 16일까지도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당이 정책 주도권을 가지겠다”는 김기현 대표의 취임 일성에도 불구하고 ‘의견 수렴’만 강조하고 있다. 당 안에서조차 “당이 정책 이슈를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6일 주 최대 69시간(주 7일 기준 80.5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이달 17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연금·교육과 더불어 노동 분야는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고, 그 중에서도 근로시간 개편은 노동개혁 1호 법안으로 정부와 대통령실, 여당이 지난해부터 긴밀하게 협의해온 내용이다. 그런데 젊은층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5일과 21일 등 두 차례에 걸쳐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개편방안 보완의 가이드라인을 직접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메시지는 혼선을 빚었고, 당과 정부도 ‘60시간이냐 69시간이냐’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동반 하락했다.
당정대는 지난달 31일 개편방안 관련 조찬 간담회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지만, 홍보 부족과 언론 탓을 하기에 급급했다. 국민의힘은 정부·대통령실과 함께 지난달 24일에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간담회, 이달 11일 경기 화성시 제약회사 제조 공장 방문, 13일 청년지도부와 청년노동자 간담회 등을 잇따라 진행했지만, “모든 것은 근로자 뜻대로 한다”(박대출 정책위의장)는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밖에 내놓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13일 간담회엔 ‘사장 아들’이 청년노동자로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을 자초했다.
당 안에선 지도부가 여러 설화와 무기력한 모습에서 비롯된 위기를 돌파하려면 정책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생’과 정책은 김기현 대표의 강조점이기도 하다. 한 초선 의원은 “지지율을 올리려면 당이 정책 이슈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사안마다 이런저런 핑계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정권 내내 대통령 입만 바라보고 있을 건지,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개편방안 발표는 입법예고 기간 만료에 쫓기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의견을 더 수렴해 당 정책위에서 개편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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