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송영길 전 의원이 대표로 당선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번지면서, 민주당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공개적으로는 ‘검찰의 국면 전환용 수사’라고 반발하지만, 당내에서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검찰의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 다음날인 13일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연속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이 정부의 장기가 압수수색이다. 이런 점을 한번 봐달라”고 비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정근 전 부총장으로부터 돈 봉투를 받았다고 의심하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결백을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의원총회 뒤 기자들에게 “정치탄압이고, 국면 전환을 위한 무리한 검찰의 기획수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은 2021년 전대 당시 송영길 후보 캠프에 있었고, 전대 뒤 윤 의원은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대표는 12일(현지시각)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정근 전 부총장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를 감시, 감독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당시 당대표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국민·당원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내가 상황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불법 정치자금 규모가 9000만원에 이르고 10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가 당 내부로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대미·대일 관계가 어려운 시기에 (여권의) 국면 전환을 위한 시도로 볼 측면이 있다”면서도 “내용을 깊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탄압이나 조작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쯤 되면 (전당대회가 아닌) 쩐당대회”라며 공세를 폈다.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돈 봉투 선거가 169석을 가진 원내 제1당의 당내선거에서 횡행하고 있었다면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쯤 되면 민주당 전당대회는 ‘돈당대회’, ‘쩐당대회’”라고 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당 대표,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자와 의원이 수두룩하게 얽혀 있는 부패 게이트”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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