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표동의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하 의원 체포동의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 재석 의원 281명 가운데 찬성 160표, 반대 99표, 기권 22표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 전원(11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가정해도, 더불어민주당(169명)과 다른 야당·무소속 중 적지 않은 의원이 동참하지 않았다면 나오기 힘든 결과다. 하 의원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경남도의원 예비후보자한테 7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체포동의안 가결로 하 의원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게 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을 앞두고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받는 등 가결 분위기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체포동의안 부결로 맞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압박한 것이다. 유상범 대변인은 표결 뒤 “민주당과 이 대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자율 표결’을 실시했다. 앞서 같은 당 노웅래 의원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연달아 부결시킨 탓에, 표결 방침을 뚜렷이 밝히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는 제1야당 대표를 상대로 한 검찰의 정치탄압과 여당 의원의 ‘공천 헌금’ 의혹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소신껏 표결하겠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방탄 논란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당혹감도 읽힌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 우리 당이 궁색해진 게 사실”이라며 “주변에 기권을 하겠다는 의원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여야는 부결표의 출처를 놓고 상대 쪽을 지목하며 ‘네탓 공방’을 벌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부결표가 있지 않을까 추정된다”고 했고,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형적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중플레이”라고 반박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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