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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란 말조차 못 잇고…비명·신음소리로 남은 119 신고

등록 2022-11-08 11:42수정 2022-11-08 19:55

100건 중 무응답 제외 87건 녹취록 공개
“…여기 사람 너무 많아서 깔렸어요.”(밤 10시21분)

“(비명소리) 사람 깔렸어요. 사람. 사람 다 죽게 생겼어요. 빨리 와요!”(밤 10시22분)

“(비명소리) 살려주세요! 밀지 마! 제발요!”(밤 10시23분)

“밀 지마! 밀지 마! (울부짖음)” (밤 10시23분)

“잠깐만요. (비명소리) 살려줘.” (밤 10시29분)

“(신음소리 비명소리) 여기 사람이 죽어요.” (밤 10시34분)

“이태원인데 살려주세요. 제발요. 살려주세요.” (밤 10시39분)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을 찾은 추모객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을 찾은 추모객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56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를 요청하는 절박한 비명들이 담긴 119신고 녹취록이 공개됐다. 참사 당일인 10월29일 밤 10시15분 “압사당하게 생겼다”는 첫 119신고 뒤 30일 오전 0시56분까지 빗발친 100건의 신고 기록에는 당시의 참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8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119신고 녹취록을 보면, 밤 10시15분부터 다음날 오전 0시56분까지 접수된 신고 100건 가운데 무응답을 제외한 신고는 87건이다. 이날 밤 10시19분, 참사 현장에 용산소방서 구조대가 처음 도착한 이후 이날 자정까지도 “구급차와 인력이 부족하다”는 시민들의 다급한 신고가 잇따랐다.

소방청이 참사 관련 첫 신고라며 공개한 밤 10시15분 ‘압사’ 신고 직후부터 대응 1단계가 발령된 밤 10시43분까지 5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들은 “여기 죽을 것 같아요. 빨리 좀 와주세요” “여기 죽으려고 해요. 좀 와주세요. 압사당해서 죽을 것 같아요. 난리났어요.” “사람 너무 많아서 깔렸어요.” 등 위기 상황을 119신고센터에 전했다.

밤 10시21부터 접수된 신고 녹취록엔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주로 기록됐다. “밀지 말라”거나 “살려달라”고 외치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끊긴 신고들도 있었다. 밤 11시13분 한 신고자는 “지금 군부대를 투입해도 모자라다. 경찰이고 소방관이고 다 와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몇 명이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참사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한 밤 11시36분 이전, 현장에선 “사람들이 길거리에 쓰러져 있다”는 호소가 빗발쳤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인파 때문에 참사가 발생한 장소로 쉽게 진입하지 못한 정황들도 생생히 담겼다. 밤 11시30분 한 신고자가 “친구가 쓰러져서 피를 토하고 있다”고 하자 119 쪽의 접수자는 “소방차로 가서 구조대를 데리고 가셔야 된다. 지금 진입이 안 된다”고 답했다. 밤 11시31분에도 한 신고자가 “사람이 50명 넘게 쓰러져서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지금 도움을, 도와, 소방차가 와 있는데 진입을 못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당시 절박한 현장 상황을 119신고센터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정황도 보인다. 이미 용산소방서가 현장에 출동한 이후인 밤 10시26분 한 신고자는 “여기 사람들 낑겨가지구요. 아예 못 나가요. 압사가 이런 건가 싶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접수를 받은 119 쪽은 “일단은 최대한 밖으로 나오시라”고 응답했다. 이어 10시30분 “제발 살려달라”는 신고자의 호소에도 “일단은 최대한 대피하셔야 되고 정신 차리시고 밀리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대피하셔야 돼요”라고 답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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