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4일 제주상공회의소 회의장에서 열린 당원 및 지지자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이재명 의원이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아무개씨와의 연관성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말을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가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이 드러나면 말을 바꾸는 식이다. 의혹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키우는 이 의원의 ‘해명 리스크’가 대선에 이어 당권선거에서도 재발하는 모양새다.
경찰은 지난달 김씨를 불러, 김혜경씨를 수행한 경기도청 전 사무관 배아무개씨가 경기 수원과 성남 등지에서 김씨의 신용카드로 선결제했다가 취소하고 경기도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한 경위 등을 조사했다. 김씨는 배씨의 지인으로, 경기도 산하기관에서 비상임이사로 일하기도 했다. 김씨가 경찰 조사 직후인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자 이 의원은 “‘무당의 나라’가 돼서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특정인에게 엮는다”며 방어막을 쳤다.
하지만 숨진 김씨가 민주당 경선 기간에 김혜경씨의 선거일정을 함께한 운전기사였다는 <제이티비시>(JTBC) 보도가 지난 2일 나왔고, 이 의원 쪽은 “김혜경씨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전혀 다른 인물”이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제이티비시>가 이튿날 이 의원 쪽이 김씨에게 운전기사 월급과 활동비로 모두 1500만원을 지급했다는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보도하자 이 의원 쪽은 ‘김씨는 배우자실의 선행 차량 운전사였다’고 해명했다. “없는 인연을 억지로 만들려는 음해와 왜곡”이라는 전날의 반박을 스스로 뒤집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의혹을 전면 부정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후속 보도가 나오면 조금씩 인정하며 의혹을 되레 키우는 ‘이재명식 해명’은 지난 대선 때도 도마에 올랐다. 이 의원은 지난해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질 당시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구속 수감)과의 관계에 대해 “그 사람이 내 선거를 도와줬나, 아니면 사무실 집기 사는 걸 도움받았나”라며 선을 그었지만, 후속 보도가 이어지자 “성남시장 선거를 도운 것은 맞지만 경기도에 와선 딴 길을 갔다”고 말했다. 2019년엔 이 의원이 에스엔에스(SNS)에 “유동규 사장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복심이자 측근”이라고 적힌 기사를 공유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 제기와 수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4일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당원 및 지지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든 영역에서, 모든 방향에서 (본인을 향한) 최대치의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며 “나도 가끔 인간이라 지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당대표 후보인 강훈식 의원은 “거듭되는 진실 공방은 당에도 큰 부담”이라며 이 의원을 비판했다. 강 의원은 제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식의 해명은 의혹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킬 뿐”이라며 “국민 상식에 맞는 진솔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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