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따돌리며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뒤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연이은 ‘정책 행보’에도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티비에스>(TBS) 의뢰로 지난 5~6일 전국 성인 1009명을 상대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윤 후보는 43%를 기록해 이 후보(31.2%)를 오차범위 이상으로 앞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4.7%,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3.7%,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1.4%였다. 윤 후보는 1주일 전과 비교해 10.6%포인트가 급등했다. 반면 이 후보는 2%포인트가 떨어졌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보고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원내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에스비에스>(SBS) 의뢰로 넥스트리서치가 지난 6~7일 전국 성인 1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윤 후보는 34.7%, 이 후보는 30.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달 전 조사와 비교해 윤 후보는 6.7%포인트가 올랐지만 이 후보는 0.7%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윤 후보는 이날 발표된 <한국방송>(KBS)의 다자 대결 여론조사(한국리서치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34.6%의 지지율을 얻어 이 후보(28.6%)와 6%포인트 격차를 기록했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승리한 국민의힘 경선 효과를 누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선 뒤 홍준표 의원을 포함한 경쟁 주자들이 잡음 없이 바로 승복하면서 상승효과를 거뒀다. 이낙연 후보 경선 불복 논란 탓에 후보로 뽑히고도 ‘꽃가루 효과’를 못 누린 이 후보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대장동 의혹도 이 후보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윤 후보는 홍준표 의원에게 몰렸던 20~30대 지지세를 상당 부분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후보의 지지율은 남성(45.6%)과 20대(34.3%), 30대(35.5%)에서 지난주보다 각각 15%포인트, 18.7%포인트, 16.1%포인트 올랐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홍 의원에 대한 2030의 지지세 중 상당 부분을 윤 후보가 흡수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했지만 긴장한 분위기다. 이재명 후보 선대위 전략 담당 관계자는 “후보 선출 뒤 첫 2주 동안의 여론조사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과도하게 분석할 필요는 없다”며 “2~3주 뒤에 양쪽 상황이 정돈된 뒤부터 조금씩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정책 행보가 좀처럼 지지율 상승세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당내에서는 음식점 총량제,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등 이 후보가 당·정부와 조율 없이 던진 정책들 탓에 이 후보가 외려 혼선을 자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른바 ‘정책 행보’가 ‘대장동 수렁’을 빠져나오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장동 논란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면서, 이 후보가 정책 행보를 하더라도 ‘면피용’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상황이 됐다. 대장동 논란에 취해온 자세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재우 송채경화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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