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일가가 27일 보유 지분 전량인 53%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8일 남양유업 주가는 전날보다 13만1천원 오른 57만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서 직원이 모니터에서 남양유업 주가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이 창업 57년 만에 막을 내렸다. ‘불가리스 파문’ 등으로 인한 소비자 불신을 견디지 못하고 ‘백기’를 든 것이다. 소비자들이 등을 돌려 오너가 소유와 경영에서 동시에 손을 뗀 최초 사례라 할 수 있다. 오너경영도 준법·윤리·상생 경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더는 설 자리가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재계 전체에 큰 경종을 울린다.
홍원식 전 회장 일가는 27일 남양유업 보유 지분 전량인 53%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3100억원을 받고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고 홍두영 창업주가 1964년 남양유업을 설립한 지 57년 만에 오너경영이 끝난 것이다. 대주주 일가의 지분 매각은 지난달 13일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과장된 연구결과를 발표해 경찰 수사와 소비자 불매운동에 직면한 지 44일 만이다.
불가리스 사태 이후 홍 전 회장은 경영 일선 퇴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쇄신책을 내놓고,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주주 일가가 회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데다 이사회도 장악하고 있는 탓에 “무늬만 쇄신 아니냐”는 의심이 가시지 않았다. 홍 회장 일가는 추가로 등기이사직을 모두 사임했지만, 한번 돌아선 소비자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크고 작은 일탈행위가 잇따랐다. 자사 우유 과장광고와 경쟁사 제품 비방광고 논란,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범죄 등이 그 예다. 소비자 불신이 쌓여가는데도 자성과 쇄신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대주주 일가가 전권을 틀어쥔 오너경영의 한계가 진작에 드러난 셈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총수가 불법행위로 처벌을 받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잠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국민의 관심이 줄어들면 슬그머니 복귀하는 일을 관행처럼 여겼다. 하지만 남양유업 사태는 반복된 일탈행위로 소비자 신뢰를 잃으면 오너경영도 더는 ‘성역’으로 남을 수 없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또 이번 사태는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은 환경·사회책임·기업지배구조 등 이에스지(ESG) 중시 경영의 중요성을 한층 더 일깨워준다. 오너 일가가 떠난 남양유업이 앞으로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