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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종인 떠난 국민의힘, 개혁 고삐 더욱 조여야

등록 2021-04-08 18:33수정 2021-04-09 02:38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을 떠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며 당직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을 떠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며 당직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퇴임했다. 4·7 재보궐선거 승리 하루 만에 자신이 예고한 대로 당을 떠나는 김 위원장에게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고, 당 사무처 직원들은 “당의 변화와 쇄신, 그리고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어준 ‘김종인 매직’에 감사하다”며 감사패를 건넸다.

문제는 이다음이다. 김종인이라는 ‘쇄신의 기관차’를 떠나보낸 국민의힘이 이번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계속 쇄신과 변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이 재보선에서 이긴 것은 자신들이 잘해서라기보다 집권 여당 심판론의 반사이익을 누린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김 위원장도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이나마 받아안을 수 있기까지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뒤 당 쇄신을 이끌어왔다. 당명을 바꾸고, ‘임시정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 계승’, ‘기본소득 도입’ 등을 담아 당의 정강·정책을 개정했다.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었고,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과 탄핵에 대해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다.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며 사과했다. 또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공정경제 3법’ 통과에 힘을 보탰다.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정부 여당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컸더라도 국민의힘에 표를 몰아주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이끈 쇄신 작업이 뿌리를 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의힘 내부에는 여전히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강경보수,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극우세력, 시장만능주의자들의 목소리가 크다. 국민의힘이 새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다시 ‘수구 회귀적’ 행태를 보인다면 국민의 시선 또한 순식간에 싸늘해질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낡은 이념과 특정한 지역에 묶인 정당이 아니라, 시대 변화를 읽고 국민 모두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부디 더 많이, 빨리, 결정적으로 변화해 국민 마음에 더욱 깊숙이 다가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깊이 새겨, 합리적 보수정당으로 바뀌려는 노력을 배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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