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경제 양극화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비대면 경제’ 덕에 초유의 급성장을 구가하는 쪽이 있는 반면, 정반대 쪽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직격탄을 맞아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재앙적 상황에서 경제적 약자들이 기댈 수 있는 건 정치 말고 없다. 특히 ‘생활 정치’ 영역인 지방자치의 책임이 막중하다. 경제적 약자들이 4·7 보궐선거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9일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발표한 조사 결과는 코로나19 최대의 경제적 피해 집단인 자영업자들의 실상이 어떠한지를 몇가지 숫자만으로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95.6%가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는데, 평균 매출 감소율이 53.1%였다. 말 그대로 ‘반토막’이 난 것이다.
매출이 줄어든 만큼 당연히 빚은 늘었다. 응답자의 81.4%가 “부채가 증가했다”고 응답했고, 평균 부채 증가액은 5132만원이었다. 그사이 고용인원은 4명에서 2.1명으로 줄었다. 한해 5천만원 넘게 빚을 내고 인건비도 절반 줄여서 생계를 꾸리고 사업장도 유지한 거라고 볼 수 있다. 획기적인 대책이 없는 한 지속가능성도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44.6%는 늦어도 1년 안에 폐업하는 것까지 고려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이 25%대이므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0% 남짓이 1년 안에 생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고, 그 이유가 빚이 느는 거라도 어떻게든 막아보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피해 지원 방안(복수 응답)으로 손실보상(77.9%)을 가장 선호했고, 그다음으로 임대료 지원(57.9%)을 바랐다고 한다. 지금 자영업자들이 처한 상황은 개별적인 비극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지속가능성까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다.
비대위는 이날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부동산 투기를 둘러싼 프레임 공방과 온갖 개발 공약만 보일 뿐, 경제적 약자들이 처한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만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작은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앞다퉈 내놓은 경제적 약자를 위한 공약과 비교해도 초라하기만 하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경제적 약자들이 일상을 지키고 삶을 영위하는 것보다 중요한 시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