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얀마 양곤에서 군경의 총탄에 맞아 숨진 남성의 가족들이 절규하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의 총탄이 어린이들의 목숨까지 앗아가고 있다. 27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대에 군경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114명이 숨졌다.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아이들과 “내 아이가 죽었다”고 울부짖는 부모들의 절규를 담은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로 전해졌다. 이날 하루 5~15살 아이 4명이 군경이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집에서 놀던 한살배기가 고무탄에 눈을 맞아 붕대를 감은 안타까운 모습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2월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가장 많은 이들이 희생된 참담한 날이다. ‘미얀마군의 날’이었던 이날을 시민들은 ‘저항의 날’로 바꿔 쿠데타 반대 시위에 나섰다. 학생, 승려, 수녀, 노동자, 의료진, 교사, 공무원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저항을 포기하지 않자, 군은 공포로 시민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점점 더 잔혹한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 지금까지 유혈진압으로 숨진 미얀마 시민은 450명에 육박한다.
미얀마 군부의 만행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한국과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12개국 합참의장은 28일 미얀마 군부의 “비무장 시민에 대한 치명적 무력 사용”을 비판하고 “즉각 폭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미국 등 각국 외교 당국자들의 비판 성명도 나왔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말’로만 규탄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 시위 주도 세력과 소수민족 반군의 연대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데 자칫 전면적인 무장 충돌이 벌어질 우려도 있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26일 국제사회가 긴급 정상회담을 열어 군부의 최대 수입원인 원유·가스 수출과 무기 수입을 차단할 조율된 조치를 마련하자고 호소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얀마 시민을 보호할 유엔의 역할을 더이상 가로막지 말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5·18 광주’를 떠올리며 연대해온 한국 시민들의 노력은 미얀마 시민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 미얀마군에 군용물자 수출 중단 등 제재를 가한 우리 정부도 추가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얀마 군부와의 협력 사업으로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미얀마포스코강판(C&C)은 ‘군 관련 기업에 배당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만 하지 말고, 군부와 관계를 끊을 구체적 조치를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