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양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정인이법’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등 18건의 관련 법안을 의결했다. 법안에는 아동학대 신고 접수 즉시 수사 의무화, 현장 출동 때 경찰과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조사 결과 공유, 경찰과 전담공무원의 출입 가능 장소 확대 등 조사·수사 책임자의 의무와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조사에 비협조적인 아동학대 혐의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조항도 마련됐다.
정인이의 억울한 죽음을 계기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관련법이 보강된 건 뒤늦기는 했지만 다행이다. 그러나 법 개정만으로는 아동학대를 막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최근 10년만 해도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벌어진 뒤 네차례나 아동복지법이 개정되고 아동학대 처벌 강화 대책이 나왔지만 아동학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 증원과 아동보호시설 확충, 그리고 이를 위한 과감한 예산 투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법 개정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배치됐지만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전문성마저 떨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대 신고가 2회 이상 접수되면 피해 아동을 보호자로부터 분리·보호하는 ‘즉각분리 제도’도 3월부터 시행되는데, 아동학대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단순히 신고 횟수를 따지는 것을 넘어 전문가가 피해 아동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피해 아동이 머물러야 할 ‘학대 피해 아동 쉼터’도 지난해 75곳에서 올해 91곳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2019년 아동학대 건수가 3만45건으로 전년보다 5천건 이상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보호시설 확충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친권자의 자녀 체벌을 허용하는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민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그동안 법이 ‘보호 또는 교양을 위한 징계권’이라는 명분으로 아동학대를 ‘훈육’으로 정당화해온 것을 바로잡은 것이다. 학대 가해자들이 하나같이 ‘훈육’을 핑계 대는 것을 보면 법 개정은 당연한 일이다. 체벌은 그 자체로 학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든 보호자들이 명확히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