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합뉴스> 새해를 맞아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며 “올해는 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로, 이 문제를 적절한 때에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을 거론한 사람들이 없지 않지만, 집권여당 대표가 국민에게 내놓은 새해 첫 메시지로는 부적절하다고 본다. 코로나 극복과 경제 회복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새해 벽두부터 국민들의 삶과는 별 상관도 없는 사면론을 꺼내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이 대표는 “지지층의 찬반을 떠나서 건의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당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여당 대표로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표가 이제 말을 꺼낸 상황이다. 건의가 실제 이뤄져야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의 사면론은 민주당 안에서도 공식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표의 독자적인 결심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등 부정적 반응이 많다고 한다.
이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이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면 이유로 ‘국민 통합’을 든 것이다. 동의하기 어렵다. 두 전직 대통령은 중대 범죄를 저질러 죗값을 치르는 중이다. 사면을 받으려면 최소한 뼈아픈 반성과 진솔한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동안 한번도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뇌물과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이 전 대통령은, “법치가 무너졌다.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달 14일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예정돼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한다”며 감옥에서 현실 정치에 개입했다. 전직 대통령들을 감옥에서 풀어주면 국민 통합이 된다는 논리는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생각이다. 국민들의 상식과 법감정에도 어긋난다. 국민 통합이 아니라 국론 분열을 부를 수 있다. 지금 국민 통합이 절실한 분야는 따로 있다. 코로나로 인한 소득불평등과 빈부격차가 사회 갈등을 키우고 있다. 집권여당 대표라면 새해 첫 메시지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구상과 계획을 밝혔어야 했다.
정의당은 물론 보수야당들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전혀 옳지 않을 뿐더러 불의한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 12월15일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과 탄핵에 대해 ‘수위 높은’ 대국민 사과를 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번(12월30일)에 (이 대표와) 만났을 때도 그런 얘기 들어본 적 없다.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지난 20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태극기부대를 대표하는 우리공화당만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불법 탄핵의 잘못을 시인하고 지금이라도 즉시 박근혜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최근 자신과 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 절박할 수 있다. 하지만 집권여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라면 이럴 때일수록 조급해하지 말고 크게 보면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