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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검 반부패부장 출신이 ‘라임 로비’ 거액 받았다니

등록 2020-12-11 18:19수정 2020-12-12 02:33

윤갑근 전 고검장(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그는 로비 명목으로 라임 관계사로부터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11일 새벽 구속됐다. 연합뉴스
윤갑근 전 고검장(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그는 로비 명목으로 라임 관계사로부터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11일 새벽 구속됐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고검장 출신 윤갑근 변호사(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가 11일 구속됐다. 지난해 4월 우리은행이 라임펀드 판매를 중단하자 이 은행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라임 관계사로부터 2억여원을 받은 혐의다. 법원은 “도망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직 검사 3명 술접대’에 이어 검찰 고위직 출신 구속까지 라임 사태와 연루된 전·현직 검사들의 비위가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을 지낸 윤 변호사가 다른 것도 아닌 로비와 관련해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는 건 충격이다. 윤 변호사는 2017년 6월 대구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나기까지 대검 반부패부장·강력부장, 서울중앙지검 1·3차장, 특수2부장 등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대표적인 특수통 엘리트 검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퇴직한 지 2년도 지나지 않아 펀드 사기와 관련한 금융권 로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니 과연 어떤 자세로 공직 생활을 했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

검찰 수사가 은폐·지연된 의혹도 커진다.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지난 10월 옥중 입장문을 통해 ‘윤 변호사에게 수억원을 지급한 사실을 검찰에 얘기했음에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의 윤 변호사 관련 진술은 당시 대검 반부패부를 거치지 않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만 직보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같은 달 국정감사에서 “지난 5월 남부지검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고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며 “광범위한 통신과 계좌 추적 등 지금 다 완벽하게 추적이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4일에야 우리금융그룹과 윤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섰다. 김 전 회장의 폭로와 국정감사 이후 수사에 속도를 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김 전 회장의 폭로는 검사들에 대한 술접대에 이어 윤 변호사 금품 수수까지 신빙성이 높아졌다. 김 전 회장의 진술이 처음부터 제대로 보고됐는지, 또 수사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검찰이 김 전 회장에게 여권 인사에 대한 진술을 회유·압박했다는 의혹도 진위를 가려야 한다. 라임 사태에 연루된 정치인들 수사 또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철저히 진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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