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현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로비 대상으로 지목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11일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승승장구하면서 정치권에도 발을 들인 그였지만, 이젠 수감 상태에서 결백을 주장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윤 전 고검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우리은행에 라임 펀드 판매 재개를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라임 투자회사인 메트로폴리탄으로부터 2억2천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다. 김 전 회장이 지난 10월 옥중 편지를 통해 “검사장 출신 야당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 지급 후 이종필과 우리은행 행장·부행장을 (상대로 한) 로비 이루어졌”다는 폭로가 나온 뒤 두달 만이다. 당시 편지에서 윤 전 고검장은 ‘○○○ 전 대표 최측근 정치인’으로 소개됐다. 익명의 정체는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다.
윤 전 고검장의 검사 인생은 성균관대 선배인 황교안 전 대표와의 관계를 빼고 설명하기 어렵다. 황 전 대표가 박근혜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된 뒤 첫번째 검찰 인사인 2013년 4월, 윤 전 고검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2월엔 전국 검찰청의 부패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으로 기용됐고 그해 12월엔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공상훈·김강욱·김진모·봉욱·이창재·조은석 등 쟁쟁한 경쟁자가 포진한 사법연수원 19기 중 선두권으로 고검장에 오른 것이다.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8월엔 또 다른 연수원 동기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우병우 특별수사팀’ 팀장도 맡았다. 그러나 조사실 검사 앞에서 여유롭게 팔짱 끼고 있는 우 수석의 사진이 말해주듯 봐주기·부실 수사 논란을 낳았고 그 뒤 검사로서 내리막길을 걸었다.(관련 기사 :
‘우병우 라인 윤갑근’이 팀장…넉달 수사에도 기소 못한 검찰)
2018년 1월 변호사로 개업한 그는 고향인 충북 청주에서 출마를 준비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역임한 황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을 접수하면서 올해 총선 출마 기회까지 잡았다. 윤 전 고검장이 노리던 청주 상당에는 4선의 정우택 의원이 버티고 있었지만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 후신) 공천관리위원회가 정 의원을 민주당 현역(도종환) 지역구인 청주 흥덕으로 밀어버리고 윤 전 고검장을 청주 상당에 공천한 것이다. ‘황교안 후광’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이례적인 ‘꽃가마 공천’이었지만 국회 입성에는 실패했다. 낙선 뒤에도 그는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을 유지하며 재도전을 준비했지만 라임 사건으로 발목이 잡혔다. 그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전 “정상적인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자문료를 받은 것이고 변호사로서 정상적인 법률 사무를 처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우리은행장도 같은 대학 동문이었고 그렇게 연줄을 찾다 보니 윤 전 고검장까지 선이 닿은 것 같다”며 “형사 사건과 관련된 게 아니라 은행 업무와 관련한 자문료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은행을 상대로 한 로비의 실질을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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